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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 율 Aug 06. 2021

박수칠 때 떠놔라!

-회-

카피 한 줄의 힘은 엄청나다.

물론, 위의 카피는 내 카피가 아니다.

제4회 배민신춘문예 대상작이다.

좋은 카피를 읽었을 때 경이로움과 함께 우울감을 동시에 느낀다.

왜 나는 저런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걸까?

창작자는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게된걸까?

카피창작자를 존경하게 된다.

지난 25년간 광고감독을 하면서 수 많은 카피를 쓰고 영상을 제작 했지만

맘에 드는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광고주의 요구를 다 들어줘야 하고, 짧은 시간안에 많은걸 보여줘야 하다보니

표현의 한계를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만들어야 한다.

제작비를 받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광고도 하나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자기만족도 무시 못한다.

당분간 회를 먹을때 저 카피가 생각 날 것이다.

내일은 지역 술(酒)광고를 찍는다.

일종의 정종인데 카피를 아직 못썼다.

젊은이들을 겨냥한 부드러운 이미지의 술인데 도무지 생각이 안난다.

'너만큼 부드러워~'

'술술 잘 넘어가네~'

이정도 밖에...그나마 어디서 들은 듯 한 말들이고...

브레인스토밍(일종의 아이디어 회의)중에 AE(기획자)가 한 말이 아직도 귀에 거슬린다.

"조감독님! 술 좋아하시잖아요? 한잔 마셔보면 카피 금방 나오실 것 같은데요??"

"나 사케는 안 먹는다!"

그날밤 소주 한잔 마시며 살짝 취한 김에 하나 쓰고 잤다.


'저와 한잔 할래요? 제가 살게요(사케요)'

광고주가 좋아 했으면 좋겠다.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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