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 율 Sep 28. 2022

보고 싶다는 건 뭘까?

문득 늘어나는 그리운 사람들

카페 봄

젊었을 때 

보고 싶은 사람은  목적이 있었다.


예쁘거나, 편하거나, 술을  같이 먹거나...

그래서 그 이후를 기대하거나...


예쁜 사람은 공을 들여야  했고

편한 사람은 그의 개똥철학을 들어주어야  했고

술을 같이 먹은 사람은 계산을  해야 했다.

가끔 얻어먹기도 했지만...




없던 시절 술값 내기 억울함이라면

신촌의 '서서갈비'를

소주와  함께 다리 풀리도록 먹었었는데

다음번  술자리는 무교동 노가리 골목이다.


내가 왜? 갈비를 샀고, 왜? 먹태를 얻어먹었는지

지금도 이유를 모르겠지만

촉촉한 육즙과 퍽퍽한 부서짐  사이를 좁히기는

지금도 힘이 든다.

나름 딜이 있었나 보다.


그래도, 그 시절엔 바람처럼 내 곁을 떠난 사람은  없었다.


갑자기  사라진 사람은 있었고

벌건 얼굴로 울던 사람도  있었지만

아프게 사라진 사람은 없었다.


바람 같은 사람들은 잊혔다.

보고 싶지 않게


지금도 보고 싶은 사람은 있지만 실적으로

만나기는 어렵다.

그래서 보고 싶은 사람이 됐다.

보고 싶지는 않다.


과거는 그렇게 끝났다.

곧이어 뉴스 같은 현실이다.


보고 싶은 사람이 점점 늘어난다.

예상하고 지켜봤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물로  보내드린

아버지.


그 아버지를 그리워하다 기억이  말라버려

몸도 함께 건조된 그래서

하늘나라로 간 엄마.


살다 보니  자식이

성인이 되어 울타리를 떠났다.


문득 두 달 전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내 딸.


딸이 보고 싶어 주저리주저리

글 뒤에 숨어 그리운 알리바이를 조작해 버렸다.


내가 진정 보고 싶은 사람은 잊힌  사람이 아니라

잊고 싶지 않은 사람.


내 가족이다.




앞으로 살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헤어지겠지만

그 사람들은 그냥 사람이지  아는 사람도 아니고 보고 싶은 사람이 되지도 않는다.



 

마침 오일장이 낼이다.

오고 가는 사람 중에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을까?


당신은

보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까?


그게 누구인가요?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