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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은 May 09. 2021

브런치가 내게 준 3개의 선물

브린이의 글쓰기 생활

브런치 작가가 된 지 어느덧 1달이 조금 넘었다. 한 달 내내 겨우 공모전 마감일에 맞춰 내 생의 첫 번째 브런치 북을 완성했다. 엉성하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 글이지만 올해 목표를 두 개나 이룬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올해의 목표 : 브런치 작가 되기, 브런치 북 완성하기)

2021년 지금까지의 내 삶을 평가해보면 브런치 작가 되기 전, 되기 후로 나눌 수 있다. 그만큼 브런치는 내 삶의 놀라운 변화를 주었다. 변화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1. 작가라는 자의식


브런치팀이 신인작가들에게 카카오 메인 기회를 자주 준다고 듣긴 했다. 하지만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네이버 블로그 활동 시에도 소수의 이웃들과 소통했었기 때문에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첫 번째 글 "48평에서 5평으로 이사한 이유"가 카카오 메인에 걸렸을 때 당황스러웠다.


띨링- 조회수 1000 뷰를 넘었습니다.


남자 친구에게 이게 무슨 일인지 물어보자 남자 친구는 카카오 탭에 글이 뜬 거라고 했다. 조회수는 점점 올라갔고 만뷰, 2만 뷰, 5만 뷰, 7만 뷰.. 처음 겪어보는 이 상황에 신이 나고 한편으로 겁이 났다. "카카오"라는 국민 소셜 네트워크에 내 글이 노출되었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그때는 점점 높아지는 조회수를 보면서  "아.. 빨리 내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이젠 전혀.. 그렇지 않다. 브런치 팀 분들 보고 계십니까. 그때가 그립습니다...!!)


높아지는 조회수만큼이나 신기했던 것은 글에 달리는 댓글들이었. 내 또래분들도 댓글을 달아주었지만 반대로 자녀를 둔 부모님들도 댓글을 달았다. 또한 나와 같이 독립하신 분들의 댓글이 있었지만 반대로 독립을 해보지는 못했지만 응원한다는 댓글도 있었다. 이처럼 다양한 세대에 영항을 줄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그래서 정말이지 더 성의껏 잘 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박완서 소설가 역시 에세이집에서 작가의 자의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작가라는 자의식 하나만으로 억만장자의 재벌도 부럽지 않다고 - 나는 그 말이 브런치 작가를 하며 크게 와 닿았다. 내가 보고 겪은 것을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 자의식 하나로 거친 사회에서 조금이나마 당당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2. 브런치 이웃들 


나는 인스타를 하지 않는다. 인스타 "눈팅"정도만 한다. 성격상 내 일상을 올리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좋아요"를 많이 받을 만큼 존재감 있는 사람이 아니어서 재미를 못 보았다. 가끔 강박적으로 인스타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 재미로 저렇게까지 열심히 인스타를 할까? 궁금했었다. 그 재미를 브런치를 통해 느끼고 있다.


확실히 소통하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인스타와는 확연히 다른 소통이다. 내가 느끼는 인스타는 보통 행복하고 아름다운 일상들을 공감하지만 한편으로는 박탈감느낀 게 된다. 하지만 브런치에서의 소통은 성장하는 느낌 준다. 실제로 내 글에 "좋아요"를 눌러주시고 댓글 달아주신 분들을 보면 대부분 글을 잘 쓰신다. (그래서 더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그분들 글을 읽으며 반대로 내가 팬이 돼버린다. 그분들의 일상 속 통찰을 간접 체험하고 느끼며 나도 함께 성장하는 느낌이 든다. 힘들 때 인스타를 보면 "와, 다들 행복한데 나만 왜 이러냐.." 이런 박탈감을 느끼지만 브런치 글을 읽으면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며 위로를 받는다.


그래서 브런치 분들과의 소통은 즐겁다. 비록 얼굴을 본 적 없는 랜선 친구 지만 가끔은 오프라인 친구한테도 하지 못한 이야기를 들어주는 깊은 사이처럼 느껴진다. 이 관계를 한 두 번의 좋아요로 끝내고 싶지 않다. 오래도록 서로의 성장을 지켜보며 묵묵히 응원해줄 수 있는 사이로 남고 싶다.


3.  회사에 숨어 있던 책 친구


나는 회사에서 기분 좋은 아웃팅을 당했다. 평소 책을 좋아하시는 부장님과 종종 브런치에 대해 이야기했다. 브런치 작가 되기가 결코 쉽지가 않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다가 3월에 브런치 작가가 됐을 때 부장님에게만 이번에 브런치 작가가 된 것을 말씀드렸다. 4번의 도전 끝에 얻게 된 "브런치 작가"타이틀이었기 때문에 부끄러웠지만 자랑하고 싶었다. 처음 부장님께 말씀드렸을 때 "어머 축하해~ 브런치 계정 뭐야?" 하며 물어봐주셨다.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고 내 글을 읽으신다는 생각에 조금 긴장되기도 했다.


그렇게 3시간 정도 지나고 부장님이 밖에 나가시더니 무언가를 가져오셨다.  


부장님: "하은 씨~여기 이거 받아"

 

꽃이었다. 부장님은 오전에 브런치 작가 됐다는 소식을 듣고 그 자리에서 꽃 배달을 시킨 것이었다. 나는 처음에는 말이 바로 않나 올 정도로 놀랐다.


하은: "가... 감사합니다.. 부장님. 와.. 정말 감사드려요.."


 꽃은 제법 컸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족히 20송이는 됐다. 곧 그윽한 꽃향기가 사무실 전체에 퍼졌고 직원분들 하나둘씩 꽃 향기가 궁금하여 내 자리로 모였다.


직원분들: "어머 어디서 꽃 향기가 나네요.  이게 무슨 꽃이에요? "

부장님:"우리 하은 씨 작가 됐어~ 브런치 작가! 되기 어려운데 됐어!"

하은: "아하하.. 아하하..^^;;"


부장님은 마치 자식 자랑을 하듯이 직원들에게 내 소식을 자랑했다. 그때 한 직원분 말로는  얼굴이 토마토처럼 새빨개졌다고 했다. 그만큼 나는 부끄러웠다. 사실 브런치 작가가 되기 쉽지는 않지만 이렇게 꽃까지 받을 일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어  민망했다. 하지만 덕분에 그날 회사에 있던 직원분들에게 축하를 받았다. 몇몇 아는 사람들과 소식을 나눌 때와 또 다른 기분 좋은 느낌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회사에서 작가님이 됐고 종종 친한 직원들은 작가님이라고 부른다. 기분은 좋았지만 사실 한편으로 걱정이 됐다. 내 글이 전 회사 사람들에게 노출되면 내 사생활이 드러나는 기분이 들 것 같았다.  다행히 대부분의 회사분들은 브런치를 생소해하셨기 때문에 축하만 해주셨고 내가 쓴 글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대신 평소에 책을 좋아하는 직원 분들에게 큰 이슈가 됐다. 그중 평소에 서먹했던 다른 팀 부장님께서 큰 관심을 보이셨고 그 계기로 우리는 책과 내가 쓴 글에 대해 이야기하고 소통하고 있다.


사실 이런 적이 처음이라 어안이 벙벙하다. 회사에서는 보통 내 취미를 숨기고는 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라고 얘기하면 요즘 트렌드와 동떨어진 재미없는 사람으로 본 적이 많았다. 그래서 취미가 뭐예요?라고 물어보면 드라마 보기, 산책하기, 쇼핑하기 등을 얘기했다.


하지만 이번 회사에서는 신기하게 나와 비슷한 취미를 가진 분들이 계신다. 인문학으로 엮인 관계는 나이를 초월하여 친구가 될 수 있다. 내 경험상 인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순수다.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진심으로 자기가 깨달은 공유하고 타인의 생각을 받아들인다. 이런  회사 내 숨어있던 인문학 친구를 찾아내는데 "브런치 작가 아웃팅"이 한 몫한 셈이다.


내게 이런 선물을 주신 브런치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 브런치와 함께 손잡으며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주신 선물이 헛되이 쓰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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