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이다.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쓰는 것이-. 내가 언제 글을 마지막으로 썼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몇 달간 글을 쓰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갑작스러운 이직과 이사로 정신없는 몇 달을 보냈다. 사실 시간을 낼 수 있다면 있었지만 마치 관성의 법칙처럼 글을 쓰지 않으니깐 글을 쓰기가 참 힘들었다. 무슨 글을 써야 할지 그리고 어떻게 써야 할지 마치 과거의 기억을 잃어버린 것처럼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더 이상은 이렇게 돼서는 안 되겠다 싶어 [경험 수집 잡화점의 50일 동안 1주 1회 글쓰기 모임]을 신청했다. 조금 거칠고 투박한 글이지만 이렇게라도 시작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이번 주제는 나를 정말 행복하게 만드는 세 가지이다. 일상 속 소소한 행복부터 벅찬 행복까지 고민해보고 글로 표현해야 한다.
1. 엄마와 함께 텔레비전 시청하기-
요즘 나를 제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엄마와 함께 보는 텔레비전 시청이다. 드라마 마니아인 우리 모녀는 일일연속극, 주말 연속극을 같이 시청한다. 보통은 엄마가 시청하는 드라마를 내가 따라보는 편인데 드라마 중간부터 보더라도 엄마의 상세한 설명으로 금세 드라마에 몰입하게 된다. 드라마를 시청하며 우리는 수많은 대화를 한다. 악역을 욕하기도 하고 주인공의 감정을 이해하기도 혹은 드라마의 완성도를 평가하거나 다음 스토리를 예상하기도 한다. 그래서 내게 드라마는 단지 재밌게 시청할 수 있는 유흥거리가 아닌 엄마와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이고 대화 거리이다. 주말이면 엄마와 함께 거실 앞에 발을 뻗고 누워 텔레비전을 시청할 때면 편안함과 잔잔한 행복을 느낀다.
2. 남자 친구와의 야외 데이트-
남자 친구와는 일주일에 1~2회 데이트를 한다. 주로 주말에는 밖에서 만나려고 한다. 무더위가 이제 막 가셔 날씨가 선선하기도 하고 주 5일간 컴퓨터 앞에 앉아있던 우리는 밖의 풍경을 보며 기분전환을 하고 싶어 한다. 요즘은 시국이 시국인지라 공원 위주로 데이트를 한다. 공원 벤치에 앉아 남자 친구 어깨에 기대어 음악을 들으면 모든 게 평화롭게 느껴진다. 새로 들어간 직장에서 받은 긴장감과 스트레스가 그날만큼은 잊힌다. 8년간 만나온 편안함도 있겠지만 남자 친구가 주는 에너지가 크다. 남자 친구는 나와 성격이 정 반대이다. 예민하고 다소 부정적인 나와 다르게 남자 친구는 낙천적이고 긍정적이다. 그런 사람과 함께 있으면 나도 모르게 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린다. 그래서 나는 스트레스받을 때면 남자 친구를 먼저 찾는다. 마치 힐링 장소를 찾듯 남자 친구와의 통화와 만남은 순간의 스트레스를 해소해준다.
3. 음악을 들으며 산책 하기-
나는 단조로운 편이어서 취미가 몇 개 없다. 그중에 하나가 산책하기다. 음악을 들으며 주변을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 장소는 딱히 가리지 않는다. 핸드폰과 이어폰만 있으면 어디든 걸을 수 있다. 요즘은 재택근무로 내내 집에만 있기 때문에 동네 산책은 하루의 필수 일과 중 하나이다. 조금 기분이 가라앉을 때면 잔잔한 음악을, 활기를 느끼고 싶을 때면 신나는 음악을 틀고 걷는다. 또한 공원을 돌면서 주변 풍경을 구경하기도 하고 먹자골목에서 사람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살펴보기도 한다. 가끔은 대형 마트에 들러 사지도 않을 식재료들을 구경한다. 이곳저곳 산책을 하는 이유는 사람들의 활기를 느끼고 싶어서이다. 재택을 하면서 집에만 있다 보면 고립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집에서 일한다는 건 큰 장점이기도 하지만 지나친 고립은 무기력함을 안겨준다. 그래서 강제적 활기를 느끼기 위해 이곳저곳 돌아다닌다. 그러다 보면 운동도 되고 기분도 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