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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은 Mar 16. 2021

과연 가족간의 사랑은 당연한 것일까?

프란츠 카프카 - 변신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은 한 시대를 풍미한 손에 꼽히는 고전 문학이다. 실존주의 대표 문학으로 꼽히지만 기존 실존주의 문학과 조금 다른 성향을 보이는데, 주인공이 "변신"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것도 흉측한 벌레로 말이다.   


상상해본 적 있는가? 내가 하루아침에 흉측한 벌레로 변한다면?


주인공 그레고르는 어느 날 아침 흉측한 벌레로 변해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충격과 공포를 느끼는 것도 잠시. 그는 회사를 결근한 것에 걱정이 앞선다. 이 집안의 유일한 생계부양자인 그는 회사의 결근이 해고로 이어질까 마음이 다급하다. 한편 가족들은 방에서 나오지 않는 그레고르를 걱정한다. 두드려도 나오지 않자 문을 따려고 할 때 그레고르는 문을 연다. 가족들은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를 보고 공포에 휩싸인다.


그로부터 그레고르는 방에 감금당한다. 여동생이 주어진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며 겨우 목숨을 유지한다. 그가 벌레 로서의 생활에 익숙해질 즈음에 그의 가족들도 변하기 시작한다. 무능했던 아버지는 매일 아침 제복을 차려 입고 직장에 나가고 철없던 여동생은 징그러운 오빠를 챙기며 부모님으로부터 신임을 얻는다.


이제 그레고르는 가족들에게 귀찮은 존재가 되어 버린다. 그저 벌레일 뿐 과거의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노력했던, 부모님의 신임을 한 몸에 받았던 그레고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생활 형편이 점점 나빠지자 가족들은 그레고르를 버리기로 결심하지만 그전에 그레고르는 굶어 죽게 된다. 이후 가족들은 그레고르가 없는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쓸모없어진 가족을 버리는 냉소적인 결론에 현실과는 동 떨어진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포털사이트에 올라오는 기사들을 보며 그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우리는 종종 뉴스를 통해 상황이 바뀌었을 때 변하는 가족 구성원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생활고에 시달린 남편, 보험금을 위해 만삭 아내를 교통사고..
장애 아들 살해한 엄마, 극단적 선택..


자극적인 뉴스 기사로만 보기에는 우리는 매년 혹은 매달 비슷한 내용을 접한다. 이렇게 반복되는 뉴스가 나오는 건 단지 사회의 일시적 현상만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진정한 가족의 의미”에 대해, “가족이라는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이에 소설은 그 의문을 정확히 짚어냈는데 철학자 강신주는 이렇게 말한다.


카프카 변신에서 변신의 주인공은 여동생, 아버지, 그레고르가 아닙니다. 바로 가족 자체입니다. 카프카는 가족이라는 것을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변형하는 일종의 유기체라고 이해합니다.... 가족은 자신 안에 속한 인간들을 지배, 통제함으로써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려는 거대한 벌레였던 셈입니다.
(강신주/ 철학 삶을 만나다 - page 126)


우리는 보통 가족 간의 사랑은 절대적으로 여긴다. 피를 나눈 가족이기 때문에 어떤 이유도 묻지 않는 숭고한 사랑이 존재한다고.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가족이라는 구성원은 사회제도의 산물이다. 사회가 바뀔 때마다 가족 구성원은 변화했고 과거 생존에 걸림돌이 되는 구성원은 소외되고 버려졌다.


물론 자식에 대한 부모님의 맹목적인 사랑, 길러주고 키워 주신 부모님에 대한 효심, 오랜 시간 함께 생활하며 깊은 유대감을 나눈 형제간의 우애는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그 사랑이 가족이라는 존재만으로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상황이 바뀌면 그 “사랑”도 다른 형태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프카에게 가족은 사랑의 완성이 아니며, 오히려 가족이란 유기체는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서 사랑을 생산해낸다는 것입니다.
(강신주/ 철학 삶을 만나다 - page 127)


씁쓸하게도 100년 전에 쓰인 소설과 현재 우리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고귀하고 소중하지만 아직도 존재의 사용가치에 따라 다르게 취급된다. 우리는 그 “벌레”가 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성찰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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