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에르테벤투라
돗자리를 펴고 누웠다. 아스라이 지나가는 구름들이 지나온 시간만큼 빠르게 느껴졌다. 내일이면 다시 나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하는 이 아쉬운 마음을 떨쳐버리고 싶었다. 지금을 더욱 즐기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이라는 건, 항상 미래를 생각하니까. 미래를 생각하면 그 아쉬운 마음은 더 생각나니까. 그렇게 신혼여행에서 돌아왔다.
“신혼여행 어디 갔었어요?” 결혼 후, 만나는 지인들은 인사처럼 이렇게 물었다. 그러면 나는 최대한 담담하게 스페인.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지인들은 기다렸단 듯이 “축구 봤어요?” 아니면, “가우디?” 나는 아스라이 지나가는 구름을 봤다고 말한다. 그러면 다들 “아…….”. 자신들이 원하는 대답은 없다.
푸에르테벤투라, 거기서 그 구름을 보았다. 바르셀로나에서 비행기로 2시간을 가면, 시차가 한 시간이 늦어지는 섬에 도착한다. 스페인령의 작은 섬. 동양인이라고 우리밖에 없던 섬. 그 섬에서의 시간은 4일이 단 반나절인 듯 지나갔다. 수영을 하고 싶으면 수영복을 입고 바다에 가서 수영을 하고, 먹고 싶으면 해안가 아무 식당에 들어가서 밥을 먹었다. 수영복을 입고 선글라스 매장에 들어가 선글라스를 사고,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외국인들 사이에 당당히 누워 배를 까발려도 그 누구 하나 어디서 왔냐고 묻지 않아 편했다.
단, 한 번. 리조트 체크인 당시 직원이 우리를 보고 한국에서 여기까지 허니문을 왔냐고 물었고, 우리는 “Yes”라고 대답했더니, 직원은 서프라이즈라고 말하며 박수를 쳤다. 한국에서 여기까지. 그녀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가보고 싶다는 인사말을 우리에게 건넸다. 우리는 “언제든 환영입니다”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 따사로운 햇빛에 피부가 그을렸다. 그 그을린 피부를 어루만지며 걷던 그 섬의 골목길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남편과 함께 그 골목길을 걸으며 커피 향이 나는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고, 빵 굽는 냄새에 이끌려 빵을 먹었다. 아스라이 그 커피 향과 빵 냄새가 지금도 가끔 코 밑을 간질간질한다. 노을을 바라보며 해안가를 걸으며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우리가 스페인은 다시 와도 여기는 다시 못 오겠지?”
남편은 대답했다. “Maybe.”
푸에르테벤투라
북대서양의 아프리카 모로코와 사하라 사막의 서쪽 연안으로부터 북서쪽 84Km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섬으로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Canary Islands)의 섬 중의 하나로 화산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