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이 Oct 21. 2022

작디작은 것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기 전,


책을 책장에서 꺼내기 전,


꺼내야 할 것들이 몇 개 있다.



플래그 포스트잇, 사각사각 짧은 연필, 슥슥 형광펜, 손바닥만 한 수첩을 꺼낸다. 그리고 오늘 읽고 싶은 책을 꺼내 든다. 그러면 나는 식탁에 앉아 작은 스탠드를 켜고 책을 읽기 시작한다. 책을 읽다가 가슴에 와닿는 짧은 문장들을 하나둘 표시해둔다. 작은 책 속에서 얻는 것들은 커다랗다. 그 짧은 문장이 긴 하루를 좌우한다. 깊게 책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데 갑자기 빠져나와야 할 때가 있다.


나의 작디작은 사람. 그 사람이 운다. 그러면 나의 모든 것들은 그 사람에게 맞춰진다. 울음을 그치면 천천히 걸어 나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꿈을 꾼 것인지 울음이 긴 날도 있고, 잘 잤는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걸어 나올 때도 있다. 그 사람에게 나의 하루가 맞춰진다. 그 사람에게 나는 밥을 준다.


그 사람과의 하루가 너무 길다. 그러나 일 년은 짧다.


그 작은 사람은 나에게 인생을 알려준다. 작은 사람의 세계는 내가 범할 수 없는 큰 세계가 있다. 작은 사람의 작디작은 손에 내 손을 얹으며 이야기해준다.



"아가야, 많이 먹어."

매거진의 이전글 나만 아는 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