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속에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by Dean

소란스러운 하루였다.

사람들의 말은 화살이 되어 날아다니고,

각자의 이해관계가 얽혀 공기는 탁했다.


퇴근 후, 불을 끄고 차를 우린다.

찻물이 떨어지는 소리만이 정막을 깨는 이 시간이

나에게는 사찰의 법당과 같다.




<초역 부처의 말>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을 떠올린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러워지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현대인의 삶은 끊임없이 타인의 소리에 놀라고,

관계라는 그물에 걸리며, 세상의 소음이라는 진흙탕 속에서 허우적거린다.


나 또한 오늘 타인의 평가와 회사의 변화에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차를 마시는 이 순간만큼은 그 모든 연결에서 벗어나 ‘혼자’가 된다.


부처는 “행복의 비결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라 했다.

차 한 잔을 마시며 찻잎의 향과 물의 온기에 집중할 때,

비로소 외부의 소음은 잦아들고 내 안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차를 마신다는 것은 단순히 음료를 마시는 행위가 아니다.

내 마음을 어지럽히는 번뇌를 찻물에 씻어내고,

다시금 ‘나라는 존재’로 오롯이 서는 의식이다.

세상이 아무리 소란해도 찻잔 속의 수면은 고요하듯,

내 마음도 이처럼 평온하기를 바란다.


오늘 밤, 나는 혼자 고요히 차를 마신다.

고요함이야말로 내일 다시 복잡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힘이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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