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역시 티타임이 필요해
회사에 희망퇴직 공고가 뜬 날,
나의 집중력은 갈 곳을 잃고 표류했다.
블라인드의 날 선 댓글들, 타사의 성과급 뉴스,
그리고 불안한 미래에 대한 상상들이
시도 때도 없이 내 생각을 침범했다.
요한 하리의 저서 <도둑맞은 집중력>에서 말하듯,
현대 사회의 소음과 불안은 우리의 정신적 에너지를
끊임없이 약탈해 간다.
특히 오늘 같은 날은 더욱 그렇다.
집에 돌아와 조용히 물을 올린다.
오늘도 찻잎이 물속에서 천천히 퍼지는 과정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문득 돌아본 책장에 <원씽(The One Thing)>이라는 책이 보였다.
’복잡한 세상에서 단 하나의 본질에 집중하라 ‘는
메시지가 머릿속에 들어왔다.
수만 가지 불안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일'은 무엇일까.
거창한 미래 설계도, 회사의 위기를 막을 대책도 아니다.
그저 지금 내 손에 쥐어진 찻잔의 온기를 오롯이 느끼는 것,
그것이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가장 강력한 자기 계발이다.
불안할 때 더 자극적인 정보를 찾아 헤매고,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오늘 그 본능에 '거부'해 보기로 한다.
화면 속의 활자 대신 찻잔에서 피어오르는 김을 바라보고,
타인의 성공 소식 대신 내 안의 호흡에 귀를 기울인다.
차 한 잔이 우려 지는 3분 동안,
나는 도둑맞았던 나의 시간을 조금씩 되찾아온다.
회사가 흔들린다고 해서
나의 삶의 해상도까지 흐려지게 둘 수는 없다.
찻잔 속의 맑은 수색(水色)처럼
나도 다시 투명해지기를 기다린다.
자기 계발이란 어쩌면 더 많은 지식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불안을 비워내고 가장 나다운 상태로 돌아가는
'쉼'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에 다다를 때쯤, 나는 다시 평온해졌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평온해졌으면 좋겠다.
부디 오늘도 대체로 안녕한 하루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