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문장을 백번 쓰는 이유

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하기

by Dean

오늘 날짜는 12월 21일,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나는 9월 23일,

그러니까 12/31의 D-100 되는 날 '100일간 100번 쓰기 챌린지'를 시작했다.

25년을 의미 있게 마무리하고 싶어서였다.


올해는 두 번의 '100번 쓰기'를 했다.

100일간 같은 문장을 100번 쓰는 일.


꽤 어려운 도전이었지만,

첫 번째 도전은 뉴욕 여행 중에 끝이 났고,

두 번째 도전은 진행 중이다.

그리고 25년의 마지막날, 그 도전도 끝이날 예정이다.


왜 그런 짓을 하냐고 생각할 수 있다.

진짜 이뤄지기라도 하냐고. 그게 무슨 소용이냐고.


맞다.

세상에 램프의 요정 지니는 없다.

갑자기 당신을 프린스 알리로 만들어 주지 않는다.


다만 내가 믿는 것은 조금 다르다.

이 과정은 결코 소원을 비는 행위가 아니다.

100번 써 내려가는 그 과정이

결국 나의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준다고 믿는다.


핸드폰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한번 구매하면 하드웨어는 변하지 않지만,

소프트웨어는 꾸준히 업데이트되면서 성능이 개선된다.


나는 인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다른 점이라면 우리는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것.

운동을 통해서, 수면을 통해서, 몸을 쓰는 습관을 통해서.


결국 나라는 존재의

최신의, 최고의 버전으로 업데이트를 해나가는 일.

그 과정에 필요한 것이 '100번 쓰기'라고 생각한다.


100번쓰는 문장이 어느 날 갑자기 짠하고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가 하는 사소한 선택들이

조금씩 나를 그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다고 믿는다.

이는 양자역학적으로도 증명이 된 내용이다.


양자역학에서 우리는 모두 에너지의 집합니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나의 에너지부터 바꿔야 한다.

그러려면, 내 의식을 바꿔야 하고 내 의식을 바꾸려면

그에 맞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 중 하나가 매일 같은 문장을 묵묵히 써 내려가는 일이다.


우리는 자라오면서 부모님, 학교, 친구들, 사회로부터

알게 모르게 어떤 ‘상식'을 주입받는다.


"안정적인 게 최고야."

"중간만 하는 게 제일 편해."

"남들처럼만 해도 괜찮아."


이런 말들이 우리의 기본 소프트웨어가 된다.

마치 새로 산 노트북에 기본으로 설치되어 있는 윈도우처럼 말이다.

처음 전원을 켜고 인터넷에 연결되는 순간

각종 업데이트 알림이 뜬다.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하시겠습니까?"


우리는 당연하게도 '예'를 누른다.

내 노트북을 위해서는 당연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노트북의 업데이트는 당연하게 여기면서도

정작 나에 대해서는 비슷한 질문을 던져보지 않는다.


"지금의 나로 정말 괜찮은가?"


누구는 평생을 처음 깔린 윈도우 버전처럼 산다.

큰 불만은 없지만 새로운 기능도, 새로운 시도도 없는 삶.


누구는 귀찮음을 감수하고

매번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하며 산다.

그만큼 버벅거림이 줄어들고,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는 넓어진다.

나는 그 차이가 삶에서 분명히 드러난다고 믿는다.


100번 쓰기는 아주 단순한 작업이다.

미신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매일 100번씩 써 내려가는 문장을

마치 바위에 글씨를 쓰는 것처럼 나에게 새긴다.


손과 손목이 아파서 그만두고 싶어지는 순간이 자주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내가 바꾸고 싶은 것은 현실이 아니라

나의 '기본 설정'이라는 것을 되새긴다.


매일의 감정들이 그날의 나와 함께 문장에 겹겹이 쌓인다.

중요한 것은 100번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그날의 나를

잠깐이라도 '원하는 방향'으로 정렬해 보는 행위 자체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 번에 끝나지 않을 것이다.

버전 1.0에서 2.0으로 가는 길은

v1.1, v1.2, v1.3 같은 세부 업데이트들이 있다.


삶 또한 마찬가지이다.

거창한 결심보다 하루하루의 작은 반복이 나를 바꾼다.


몇 년 후, 2025년을 돌아보며

'아 그때 정말 열심히 나를 업데이트해왔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었구나'

'정말 내가 쓴 문장들이 다 이루어졌구나'

하며 지난날 나의 작은 실천들에 감사해하는 날이 온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0.1mm의 종이를 42번 접으면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를 넘어선다고 한다.

우리가 할 일은 '종이 1번 접는 것'이다.

그런 하루가 쌓여 우리는 달에 도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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