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리몽땅 어른이의 동시 1
<낮잠>
낮잠을 내쫓는다.
커피를 마시고
눈을 부릅뜨고
매운 치약으로 양치한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어. 그러니 나 좀 봐줘.'
'그러니까 누가 어제 늦게 자래? 아몰랑, 졸려.'
결국 오늘은
햇살이 노곤하게 창가에 스미고
하늘은 뿌옇고 미지근한 날이라서
지고 말았다.
그래도 삼십 분 푹 자고
내 몸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해주니
끙끙 앓던 고민에 대한 답을 툭, 알려준다.
덕분에 잘 쉬었다고 말이다.
다시 보니 안쓰러운 나의 두 팔과 허리,
약간 부은 종아리와 벌건 흰자위
그래, 너무 몰아붙이지 말자.
낮잠 잘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지.
그래도 자주 찾아오지는 마렴.
<소고기 뭇국>
“와! 오늘 저녁은 소고기 뭇국이다.”
소고기 뭇국은
첫째도
둘째도
좋아하는 음식
그리고 나에겐
보고 싶은 음식
"그런데, 엄마는
아직 할머니만큼 맛있게 끓이지는 못해.
엄마는
할머니 국이 최고로 맛있어.
얘들아, 우리 밥 다 먹고
할머니한테 전화할까.
엄마도 나중에
소고기 뭇국 끓여달라고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