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장
경화의 감사일기 0518
〈되짚는 밤, 물소리를 베고〉
1.
1980년 5월 18일, 광주
그날 전두환 신군부는 시민을 향해 총을 들었다
민주를 외친 그 목소리들이
도청 앞 광장에서 스러져 갔다
광주의 남자는 당시 서울에 있었다
내 남편이 오늘도 내 앞에 있어
나는 그 앞에 머물 수 있음에 감사한다
그리고 그 시기를 그 시간을 건너와 주신 고인의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2.
내일모레면 예순
그러나 오늘은 여전히 배우는 날이다
늦음이란 말, 내겐 사치
나는 너무도 잘 쓰고 싶다
내 시에 내가 구원받고
누군가는 내 시로 숨 돌릴 수 있기를
그렇게 시작한 첫 걸음이 나는 감사하다
(사실 매일 후회하고 매일 결심하고 ㅎㅎ)
3.
처음 밟은 함양
상림의 나무들과 선배들의 걸음
그리고 따끈한 밥
감사의 테이블은 정갈했다
4.
밤이 깊었다
술 권하지 않는 시대와
듣기 좋은 웃음들
나는 신입생
적당히 울렁이고
조용히 물들어가는 중이다
교수님과 조금은 가까웠나
아니 ㅜㅜ 넘 어려워
졸업 선배들이 디카詩에 관심을 갖고
물어 보셨다.
디카시창작지도사로써 나의 사명을
다시 새겨본다.
그래서 감사합니다
5.
용추계곡 물소리 곁에
펜션의 잠이 눕는다
피곤한 것도
감사의 또 다른 이름
그래서 하루 늦은 일기
그래서 오늘도
다시, 되짚는다
---
하루는 저물어도
되짚는 밤은
또 다른 시의 시작 물소리를 베고
오늘도 시는 잠들지 않는다
#한국디카시인협회
#디카시창작지도사
#김경화감사일기
#518광주민주화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