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장
《둘이 하나 되는 일》
– 경화의 감사일기 0521 –
1️⃣
오늘은 ‘부부의 날’이라지요.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날.
하지만 살아보니,
그 하나 되기가 어찌나 어렵던지요.
다르고 또 달라서,
생각도, 말투도, 눈물 고이는 자리도 서로 다르더이다.
그래도 살아냈습니다.
그 다름을 견디고, 웃고,
어느 날은 또 눈물로 돌아서며,
우리는 이렇게
‘부부’라는 이름으로 오늘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부부의 날, 살아낸 서로에게 감사합니다.
언젠가 로또 당첨이 되겠지요.
2️⃣
어제는 엄마와 함께 긴 여정을 떠났습니다.
면목역에서 동인천까지,
전철로 두 시간 반.
엄마 손을 꼭 잡고,
진경이와 조카 유나, 셋은 택시 타고 먼저 연안부두로 향했지요.
벤댕이가 제철이라 했던가요?
갓 잡은 제철의 맛은
입맛 없다던 엄마의 젓가락을 바쁘게 만들었습니다.
간장게장에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우신 엄마를 보며,
“아, 밥심은 이런 거구나.”
새삼 배웁니다.
풍이까지 여섯이 둘러앉아
오붓한 한 끼, 제철의 감사가 물결쳤습니다.
3️⃣
디카시 작품전 준비로 하루가 빠르게 흘렀습니다.
생각보다 부쩍 자라난
수강생들의 언어와 이미지가
내일, 하나의 빛으로 엮이겠지요.
한 작품 한 작품,
기억의 결 따라 꿰매온 날들이
이제는 ‘수료’라는 이름으로 빛나려 합니다.
내가 이 길을 걷는 이유가 있다면,
이런 순간의 증명이겠지요.
계속, 함께 걸어야겠어요.
감사한 배움의 시간들.
4️⃣
내일은 다짐합니다.
다시 걷기로.
운동화 끈을 다시 고쳐 매고,
무너진 컨디션, 허약한 허리와도
화해의 손을 내밀어보려 합니다.
물리치료실이 아닌 헬스장으로 향하는
첫 걸음이
오래 멈춰 있던 나를 다시 깨우길.
결심에도 감사가 깃들면
하루는 훨씬 가볍고 단단해지겠지요
5️⃣
창가에 햇살이 비칩니다.
어디선가 포근한 눈동자가
상추 잎사귀에 담긴 것처럼
식물들이 말을 겁니다.
수국이며 초록초록한 화초들,
모두 이 계절을 입고 춤을 춥니다.
비가 덜 했으면 좋겠습니다.
하늘도, 땅도, 마음도
조금은 맑고 청량했으면—
감사한 계절에,
감사한 빛들이
오늘도 나를 자라게 합니다.
살아낸 하루가 내일을 이끕니다.
봄은, 여름의 손을 이미 잡고 있으니까요.
-경화의 디카시와 함께 걷는 풍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