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큰별 쉬러 가다/김경화

by 초아김경화

《큰별 쉬러 가다 / 김경화》
오늘 나는 한 명의 배우 이름 앞에 멈춰 섰다.
이름만으로도 무대 위 조명이 켜지는 사람,
오랜 세월 한국 대중문화의 한복판에서 숨 쉬어온 그.
이 배우는 바로 이순재다.

이순재는 연극 무대에서 출발하여 영화와 텔레비전까지 그 영역을 넓혔고,
6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국민이 ‘어딘가에서 늘 보고 듣던 얼굴’으로 남았다.
그는 단지 연기를 잘한 배우만이 아니라 삶과 연기가 별개의 것이 아니었음을 보여준 존재였다.
촬영장에서도, 무대 뒤에서도, 그의 태도는 진지했고 그의 존재는 가벼워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가 대중 앞에 섰던 무대는 KBS였고,
그곳에서 그는 데뷔 후 생애 첫 대상을 받는다.
평생 불을 켜온 조명 아래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평생 신세 많이 졌습니다.”
이 말은 단지 감사의 인사였던 것이 아니라,
수십 년간 함께해 온 대중과 동료들에 대한 겸손의 고백이자
배움의 숙명의 인정이었다.

이순재가 받은 영예는 단지 하나의 트로피가 아니다.
그는 이제 ‘국민배우’라는 칭호로 불리고,
그 이름의 의미가 곧 문화 유산이 되었다.
그리하여 대한민국 정부는 그에게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할 것을 추진 중이다.
빛나는 훈장은 그저 빛나는 조명 아래 걸리는 것이 아니다.
영화관 좌석, 드라마 제작 현장, 극장 대기실의 한숨까지
그가 지나간 자리에 박힌 인간적인 숨소리에 대한 증표다.

그리고 오늘, 나는 그가 쉬러 가는 별처럼
그의 이름 앞에 한 걸음을 더 들이민다.
큰별 쉬러 가다—이 제목을 붙인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세월의 한가운데에서 쉬지 않고 달려온 그가,
이제 조용히 별빛 하나로 머무르길 바란다.
그리고 사랑으로, 존경으로, 우리는 그 별의 궤적을 따라간다.

사진 속 검은 배경 위로 흰 조명이 천천히 사라져간다.
그 그림자 속에는 수많은 배우와 스태프들이
한 줄씩 걸어갔고, 그중 하나가 이순재였다.
그가 남긴 흔적은 빛이 아니다.
남겨진 온기다.

나는 이 디카시를 통해 그 온기를 담고 싶었다.
열정 쉬지 않던 손길이,
긴 어둠마저 비추던 눈빛이,
이름이 되어 떠난다.

“지금까지 함께해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이 말이 마지막이지만, 그 울림은 끝나지 않는다.
큰별이 쉬러 가면,
그곳이 우리의 기억 속이든,
누군가의 마음 속이든,
그 별은 여전히 반짝일 것이다.




#디카시

#이순재

#추모

#별세

#큰별

매거진의 이전글디카시) 아침형 인간/김경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