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6일 설날, 경화의 감사일기

by 초아김경화


설날 아침.



LA갈비, 전 다섯 가지,

만두와 생선, 탕국이 차례로 불 위에 올랐다.

데우는 일만으로도 정신없이 시간이 흐른다.

무쌈냉채까지 꺼내 놓고 나니

차례가 저녁이면 얼마나 좋을까 싶기도 했다.

일을 두 번 하려니.^^



싸 들고 또 들고,

5층 엘리베이터를 탔다.

엄마 집으로,

우리 집은 3층. 엄마가 올해 구순이라

앞으로는 전적으로 내가 해야 할 것 같다.



차례나 제사는

흩어진 가족을 한자리에 묶어 주는 날이다.

그 말이 오늘따라 유독 가슴에 닿는다.



5층엔 동생들이 와 있다.

후딱,

떡국 한 그릇을 끓여 차례상에 올리고

열여섯 식구가 함께 차례를 지냈다.

빠진 형제도, 일정 때문에 오지 못한

조카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막내 남동생이 아빠가 된다는 소식이

엄마의 얼굴을 환하게 밝혔다.



구순의 엄마는

행복이 번지는 얼굴이다.

엄마가 장수해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구순에 아들 손주 할미가 된다.


(참고로 ㅎㅎ 태범이는 서른네 살 차이

동생을 갖게 되었다)



연예인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우리 조카 유나.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할미 보러 와준 마음,

그 자체로 선물이다.



차례가 끝나고

16인분의 떡국을 끓였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그릇들이 식탁을 채웠다. 한 살씩 더 먹고, 웃고 떠들고, 사진도 찍고,

남동생 부부는 처가로 향했고,

잠시 눈을 붙인 뒤 다섯째 여동생 네도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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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떡볶이와 어묵탕.

조카 막둥이 민재가 꼬치에 어묵을 끼우며

세상 재미난 얼굴로 즐거워했다.



엄청 많은 떡볶이와 어묵탕을 다 먹고

남은 전과 나물들을 소분해서 싸 주고


인천 진경이네와

상희네가 각자 집으로 향했다.



하루가 길게 흐른 뒤,

잠시 숨을 고르는데

조카 유나에게서 카톡이 왔다.







이모가 챙겨주신 짐을 집에 두고 한 바퀴

산책하러 나와 걸으며 곰곰이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꼭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서

남겨 두려고 합니다 ᢉ�



오늘 오빠는 없었지만

가족들이 많이 모여 좋았던 설날인 거 같아요

그런데 또 조금 마음이 따뜻해진 점은

너무나 늦게 살가워진 저인데

항상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반겨주시고

산적에 맛있는 거 해주시고 챙겨주시는

큰이모가 항상 있었구나 감사한 일이구나를

엄청 크게 느껴버린 거 있죠?


좋은 시간을 보내고 감사함을 더 생각하게 되어 소중한 하루로 기억될 거 같아요

(예쁘고 맛있는 건 다~이모가 한 음식이에요. 최고 ෆ ̇ᵕ ̇ෆ)



사실 저는요 그 몇 안 되는 후배 아이들 혼내고 가르치고 중재하며 이야기 들어주는 것도 힘든데… 하나 있는 오빠랑도 다른 점이 많은데…

큰이모는 동생들, 이모부들, 조카들 모두를

바라보며 모으고 이야기 들어주시고 가족을 위해 노력하고 계시겠다, 힘드시겠다 하고

시간이 지나고 30살이 되어 버리니 더 깨달아요



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가족 여행을 갈 수 있었던 시간들도, 지금도 추억을 남기고 있는 시간들도 다 이모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란 것을 알고,

또 너무너무 소중한 할머니도 옆에서 지켜주시고 우리 가족에 으뜸 1번이 큰이모라서

진짜 다행이라고 감사한 일이라고

엄마와 저는 꼭꼭 말해요,

절대 절대 모르지 않고 많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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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전 사진들이다)



제 핸드폰에는 집에 가서 찍어 둔

아기 사진이 있는데

저 큰이모 동생 김진경 엄마 딸로 태어나서

첫 여자 조카여서 행복했던 거 같고

지금도 큰오빠와 작은오빠가 있어서 사

실 든든한 마음도 있는 거 같아요.

재밌고 의지되고 마음이 좋아요


아가 이모라고 부르는 오빠 볼 때마다

나 사랑받는 아가였구나 하고 되게 좋아요

비밀이랍니다(⸝⸝⸝ ̯ ⸝⸝⸝ )


이모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게 있어 주세요

맨날 맨날 작게 말하지만 저도 이모 사랑해요



-`ᢉ�´- 주방에 서 계시고

저희 모두를 바라보는 이모를 보는데

오늘 뭔가 다른 마음이 들었어요ᵕ ᵕ̩̩




그 긴 글을 읽고 나니

몸의 피로가 어디론가 흩어졌다.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주방에서 불 앞에 서 있던 시간이

한 줄 한 줄 위로로 돌아왔다.

엘리베이터를 오르내리던 발걸음까지



그래,

알아주는 조카가 있다는 것.

그 마음이면 충분하다.



나는 또 맏딸의 자리를 기쁘게 맡아야지.

엄마 곁을 지키고

동생들을 묶어세우고

조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으로.

육 남매의 장녀로,



모두 사랑하고

굿밤.



감사한 설날이

오늘 밤 창가에 무지갯빛을 내려놓는다.



(뚝뚝이 경화가 엄마를 따뜻하게 안아드리고

내려왔다. 나중에 표현을 아끼다 후회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경화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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