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시코쿠 여행기
그러나 어쨌든 가가와 현의 우동은 누가 뭐래도 맛있었고, 그 여행을 끝낸 후에는 우동에 대한 나의 생각도 완전히 바뀌어버린 것 같다. 나의 우동관에 '혁명적인 전환'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예전에 이탈리아에서 살았을 때, 토스카나의 키안티 지방으로 여러 차례 여행을 하고 와인 공장을 돌아다닌 후에 와인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어버린 경험이 있는데, 이번의 우동 체험은 그에 버금가는 것이었다.
- '우동 맛 기행',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무라카미 하루키, 국역 1999)
시간 여유를 갖고 기분 내키는 대로 키안티 지역을 자동차로 돌아보는 것은 멋진 경험이다. 약간 과장해서 말한다면, 그 경험은 당신 인생에서 한 가지 하이라이트가 될 수도 있다. ... 붉은 벽돌과 곧고 푸른 실편백나무와 구불구불한 하얀 산길. 산 위 곳곳에 오래된 성과 한눈에도 유서 깊어 보이는 빌라가 눈에 띈다. 아름답고 단아한 광경이다. 조화롭게 어우러진 그 아름다움을 해칠만한 것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 <하루키를 읽다가 술집으로>(조승원, 2018)
하루키가 즐기는 독특한 와인 음용법이 있다. 와인(주로 화이트 와인)에 청량감 있는 탄산수를 타서 칵테일로 마시는 것이다. 물론 이걸 하루키가 개발한 건 아니다. 화이트 와인에 탄산수를 섞는 이런 칵테일을 스프리처Spritzer라고 하는데,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탄생했다. 잘츠부르크 여름 축제에서도 절대로 빠지지 않는 스프리처는 미국에서는 1980년대에 건강음료로 각광받았다.
- <하루키를 읽다가 술집으로>(조승원, 2018)
이렇게 누구나 어디든지 마음대로 갈 수 있어서 이젠 변경이라는 것이 없어져 버렸고, 모험의 질도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탐험'이나 '비경' 같은 말은 점점 진부해져서 현실적인 수준에서는 거의 쓸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 그러나 어쨌든 여행을 하는 행위의 본질이 여행자의 의식이 바뀌게끔 하는 것이라면, 여행을 묘사하는 작업 역시 그런 것을 반영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 본질은 어느 시대에나 변하지 않는다. 그것이 여행기라는 것이 가지는 본래적인 의미이기 때문이다. '어디어디에 갔었습니다, 이런 것이 있었습니다, 이런 일을 했습니다' 하고 재미와 신기함을 나열하듯 죽 늘어놓기만 해서는 사람들이 좀처럼 읽어주지 않는다. '그것이 어떻게 일상으로부터 떨어져 있으면서도 동시에 어느 정도 일상에 인접해 있는가' 하는 것을 (차례가 거꾸로 되더라도 좋으니까 복합적으로 밝혀나가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 가장 중요한 것은, 이처럼 변경이 소멸한 시대라 하더라도 자기 자신 속에는 아직까지도 변경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장소가 있다고 믿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추구하고 확인하는 것이 바로 여행인 것이다. 그런 궁극적인 추구가 없다면, 설사 땅끝까지 간다고 해도 변경은 아마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시대다.
- '작가의 말',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무라카미 하루키, 국역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