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918
법원은 명예훼손죄 처벌에 까다로운 요건을 두고 있다. 언론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고, 검찰이 명예훼손의 피해자로 규정한 윤 대통령은 당시 유력 대선후보이자 현 국정 최고책임자라는 점에서 광범위한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보도 내용도 윤 대통령이 과거 검사로서 한 공식업무와 관련된 의혹 제기였다.
공인에 대한 표현은 최대한 자유롭게 보장돼야 한다는 전제에서 법원은 보도에 일부 허위 내용이 있더라도 공익성이 있는지, 진실로 믿을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를 꼼꼼히 따져 위법성 여부를 가린다. 대표적인 판례가 이명박 정부 때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 사건이다. <PD수첩>은 2008년 4월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몰랐거나 알면서도 은폐·축소한 채 수입 협상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했으나 법원은 1·2·3심에서 내리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무죄를 확정하면서 “정부 또는 국가기관은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며 “보도 내용이 공직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 한 그 보도로 인해 곧바로 공직자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게 현재 허위인터뷰 의혹 수사를 지휘하는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다.
대법원은 2011년 또 다른 판결에서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포함돼있더라도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의 ‘비방할 목적’을 따질 때는 국민이 알아야 할 공적 사안에 관한 것인지, 사회의 여론 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5월에도 SNS에 허위 글을 올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사람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면서 “글에 일부 과장이 있더라도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고 공익을 위한 목적이었다면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애초에 명예훼손을 형사범죄로 처벌하는 국가 자체가 많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도 폐지하는 추세이다.
검찰이 뉴스타파 등에 적용한 명예훼손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유죄 판결을 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윤 대통령이 기자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죄를 물을 수 없다는 뜻이다. 2014년 박근혜 정부 검찰이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세월호 당일 행적에 대한 칼럼을 쓴 산케이신문 가토 타쓰야 전 서울지국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할 때 박씨는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채 침묵했다. 검찰은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당시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박씨의 처벌 의사로 간주해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