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품다

붉은 선 두 줄

by 초보아빠

혼인 신고 후 3년, 우여곡절 끝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친구, 지인들에게 청첩장을 돌리기 위해 추운 겨울이었지만 늦은 저녁에 집을 나섰다.


천안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의왕이라는 동네로 친구를 만나러 갔다. 친구를 만나 근처 카페에 들어가 앉았다. 겨울바람에 언 몸을 녹이며 먼저 결혼한 친구의 안부를 물었다.


결혼 생활에 대한 이야기, 아이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친구에게 임신 축하를 전하며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했다.


"임신 진심으로 축하해"

(중략)

"나는 결혼한 지 3년이나 지났는데 아직 안 생긴다.. 병원 가서 검사라도 받아봐야 하나.."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테이블에 놓인 스마트폰이 윙윙거리며 울리기 시작했다. 아내에게 걸려온 전화였다. 친구에게 양해를 구한 뒤, 전화를 받았다.


"오빠 간 다음에 그것 해봤는데.."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이내 아내와의 약속이 생각났다. 내가 청첩장을 전달하고 집에 내려가면 같이 해보기로 했던 그것임을 떠올리며 물었다.


"혹시 그것 해본 거야? 그래서 결과는 어때?"

"응. 맞아. 근데 혹시 모르니까 내일 한 번 더 해보려고."


같이 해보자는 말을 마지막으로 그 통화를 끝냈다.

어안이 벙벙했다. 당황스럽기도 했고, 흥분되기도 했다. 기쁘다 못해 환희가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기분을 잠시 가라앉히고 친구에게 말했다.


"야~ 나도 아빠 됐대! 어떻게 너랑 이야기하면서 아이가 안 생긴다고 병원 갈까를 고민하자마자 이런 소식을 듣냐? 신기하다."


그렇게 친구에게 축하를 주고, 받은 후 마음이 급해졌던 나는 급히 다음 약속 장소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내내

"이게 무슨 일이야."

"진짜 신기하네"

를 연신 중얼거리며 얼떨떨하면서 신기하고, 기쁘다 못해 환희를 느끼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왠지 모를 걱정과 부담감도 느꼈다.

그러다 어느새 빨리 청첩장을 나누고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채워졌다.


그렇게 마지막 약속 장소에 도착해서는 오랜만에 술을 권하는 지인의 손까지 마다하며 짧은 결혼 소식과 임신 소식을 전하고는 차가운 겨울바람을 가르며 어두운 고속도로를 내달렸다.


그날, 집으로 가는 길은 마치 붉은 선 두 줄이 겨울밤을 녹이는 따뜻한 횃불이 양쪽으로 줄지어 내가 가는 길을 비추며 온기를 느끼게 해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