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엽서

여름의 사물들

by 초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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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을 따라다니는 물건들이 있다. 이사할 때가 되어서야 겨우 발견하는 것들. 가끔은 버릴까 말까 고민하는 것들. 그것들은 아깝기 때문에, 잊혔기 때문에, 쓸모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계속 집안의 안 보이는 곳에 숨죽인 채 지낸다.


내겐 'Baby Shower'라는 문구가 적힌 엽서가 있었다. 아주 어릴 적부터 뻔질나게 문방구를 드나들며 모은 전리품이 가득 담긴 상자의 한구석에 있던 것. 나는 작은 아이였다. 베이비 샤워가 무엇인지 모를 땐 그런 엽서 한 장 한 장조차도 애지중지하느라 쓰질 못했고, 베이비 샤워가 무엇인지 알고 난 뒤엔 제때를 찾지 못해 쓰질 못했다.


그리고 어느 날, 내게도 아기가 찾아왔다.


양가 부모님께 아기 소식을 처음 알리기로 한 날이 정해지자, 왜 가장 먼저 이 엽서 두 장이 생각났을까? 베이비 샤워가 아기와 임산부를 축복하기 위해 친지들이 모이는 자리라면, 이 엽서를 쓸 사람은 내가 아니라 양가 부모님이어야 할 텐데.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토끼와 곰이 그려진 사랑스러운 종이 위에 떨리는 손으로 글자를 적었다.


안녕하세요. 할머니, 할아버지.

저는 여름이에요.

다가오는 7월에 만나요!


아주 짧고 진부한 세 문장을 적으며, 나는 우리 부부에게 가장 가까운 네 사람으로부터 진심으로 축복받는 자리를 직접 마련하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임신을 알리는 자리가 그 자체로 베이비 샤워지 뭐, 하면서. 우리의 베이비 샤워가 성공적일 거라는 확신을 하면서.


쓸모를 찾은 아주 오래된 엽서와, 아직 사람의 모양을 미처 만들지 못한 아기 사진을 챙겨 집을 나섰다.


푸른 곰일지 분홍빛 토끼일지 기다리는 시간이, 비슷한 얼굴을 나눠 가진 여섯 사람 앞에 펼쳐져 있었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