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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섬 Jan 18. 2024

구독자, 늘리고 싶으시죠? 저도요....

브런치 하다가 마침내 길을 찾다?

상황 1) 

아주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해서 아주 빠짝 한 20년 쳤다. 

중학교 때부터 성당에서 오르간 반주를 했는데, 우리 반주자 모임에는 예원 중학교 다니던 나보다 한 살 위인 피아노 넘사벽 언니가 있었는데, 피아노를 전공한 어른 반주자들도 그 언니만 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뱁새가 황새 쫓아 가랑이 벌리듯 그 언니를 따라잡고 싶어서 얼마나 환장했었는지 모른다.


언니는 피아노와 오르간의 타건법이 달라서 치면 계속 손가락이 뭉개진다면서 늘 걱정했다. 

결국 고3 올라가서는 반주를 그만두었고, 우리 성당은 성탄 미사나 부활절 미사 같은 커다란 미사 때마다 이 언니에 버금이라도 가는 음악성 충만한 다른 반주자 구하느라고 아주 난리가 났었다. 


상황 2) 

그저께, 기획안 일부를 떼어서 Chat GPT 예시를 쓰려고 다시 원고를 보았다. 

눈이 확 떠졌다. 아, 내 기획안에서 예시로 보여줄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글이 왜 이렇게 뭉개졌지? 여러 번 보니까 그제야 보였다. 



그저께부터 '황섬의 어글리 딜리셔스'라는 새로운 브런치북을 시작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uglydelicius74 


음식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양하고 조금은 깊게 하고 싶어서 만들었다. 

'어글리 딜리셔스'라는 제목은 넷플릭스에 나오는 음식 다큐멘터리의 제목을 땄다. 한국계 미국인 데이비드 장이 셰프들과 함께 각종 음식을 먹으러 다니면서 그 기원까지 찾는, 아주 재미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프로다. 사실 '어글리'라는 어감과 '딜리셔스'의 느낌이 괴짜같고 개구져보여서 좋았기도 했고... 

요즘 '먹방'이 대세인 것은 누구나 아실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런 현란한(?) 먹방의 홍수에서 조금은 달리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멋을 부려봤다. 


제목: 밥 

(두둥!) 

차 떼고. 

포 떼고. 

밥. 




요즘 새벽 독서를 이끌어주시는 선생님께 일주일에 한 번 코칭을 받는다. 

선생님은 새벽 5시에 일정하게 글을 올리시는데, 처음에 그 사실을 알고 입이 쩍 벌어졌다. 그리고 1초도 안 되어 내 안에 메아리치는 '아아, 난 못해...'라는 마음의 소리. 

열 명 남짓 열혈 멤버들이 새벽 5시(나만 빼고 다들 그 이전에 미리미리), 줌으로 모여서 책을 읽고 한 시간 함께 이야기 나누고는 아침 7시가 되면 '감사합니다~ 안녕~'을 외치고 각자 할 일 하러 힘차게 흩어진다. 

요즘은 어떻게 일이 잘 되려는지, 나도 그 팀에 얼레벌레 끼게 되어서 한 달째 말 그대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새벽 5시, 완벽한 컨디션을 되찾기에는 아직 일찍 일어나는 새가 졸립기는 하지만 그래도 3개월을 단기 목표로 도전하고 있다. 

새벽 독서에 대해서는 나중에 조금은 소상하게 이야기를 풀어볼 생각이다. 여하튼 오늘도, 어제도 그리고 내일도 그 시간을 일관되게, 지속 가능하게, 알차게 만들어 보려고 대차게 몸부림 중이다. 

다시 선생님 이야기로 돌아가서... 

그렇게 몇 년을  혼자서 카페에 글을 올렸고, 브런치에 들어온 뒤로도 새벽 5시 약속을 꼭 지키신다. 그 결과, 지난 연말 구독자 2천 명을 넘기셨고, 단 한 달만에 5백 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에 이른다. 


SNS 플랫폼에서 내 글을 읽는 구독자의 수의 의미 


지난 해, X에서 구독자 수 늘리기의 광풍(?)이 이는 것을 목도한 뒤 '뭐? 인터넷으로 돈을 번다고?' 하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페이스북을 한 지가 십 년도 더 되었기에 SNS에 글을 올리고 돈을 번다는 생각 자체가 너무나 생소했다. 


X는 지금 머스크 형님한테 '월급' 받는다고 하고, 얼룩소는 주간 정산이다. 여기 브런치스토리는 독자들의 십시일반 응원 시스템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얼마의 '응원' 용돈을 받고, 그것이 매월 15일에 정산되고... 사실, 이런 것이 다가 아니다.


"중요한 사실은, 이 안에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는 것. 가능성은 바로 '사람'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내 글을 알아볼 수 있도록, 내 글에 손을 흔들어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 

선생님께서도 돈 보다 '기회' 즉 '사람'을 훨씬 많이 보게 되었다고 말씀해주셨다. 매일 꾸준히 뭔가 하고 있는 길목에 분명히 우리가 '귀인'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 사람이 자리를 잡고 나에게 손을 내민다고 말이다. 


어제, 그제 선생님에게 브런치 글쓰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느낀 점은... 

1. 내가 너무 고집스럽게 '책글' 쓰기를 고집하고 있었다는 것. 

2. 핸드폰으로 읽었을 때의 가독성은 당연하고, PC로 브런치글을 접했을 때의 가독성을 1도 고려하지 않았던 것. 

3. 이 가독성은 지금 내가 일 년 반째 개고생하고 있는 드라마 기획서 작업에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 

세 가지다. 



선생님은 나와 톡으로 이야기를 나눈 후, 얼마 안 있어서 이 파일을 보내주셨다.



글의 퀄리티를 떠나서 관심도를 높이는 데에 제목은 너무너무나 큰 역할을 한다.

아아.. 너무너무나 큰 역할이라는 말로도 모자라다. 영화나 드라마를 지을 때도 시청자, 관객들이 줄임말로 어떻게 부를지까지도 고려해가면서 지을 정도(예: 너목들. 별그대. 미사...)로 제목이 90프로 이상을 차지하는데, <밥>, 띡?  


<밥>이라고 한 글자 일갈이 읽는 사람들에게 강하게 각인 될 때가 있다. 

글자는 ㅂ ㅏ ㅂ 이라는 잘게 쪼개진 자음과 모음 뿐 아니라 글자의 디자인도 복합적으로 작용을 할 때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브런치에서 제공하는 매우 한정된 글씨체와 글자 색깔 가지고는 이 한 글자는 이대로 묻힐 공산이 매우 크다. 

그럴 때는 이렇게 독자에게 다가가며 말을 거는 제목으로 거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책표지를 고를 때의 사람들과 핸드폰으로 죽죽 위로 올려가며 글을 골라보는 사람들의 적극성 또한 천지 차이다. 어느 쪽이 훨씬 더 수동적일 지는 굳이 답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뻔하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알려드린다, 답: 핸드폰 죽죽 사람들) 

그래서 제목이 '살아 움직여서' 내 눈에 꽂히고 손가락으로 클릭 명령을 재빠르게 내리는 것까지 연결되어야 한다. 


나라마다 상용 언어가 다르듯, 각 플랫폼 별로 쓰는 글의 문법이 다르다. 그리고 그들이 매립시켜놓은 알고리즘에 맞는 글쓰기를 해야 한다. 

브런치 스토리를 4년이 넘게 하고 있었는데, '만두 여행기'를 작성할 때를 빼놓고는 그다지 포스팅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었다. 그저 한글 파일에 에세이 초고 작성하듯이 글을 썼다. 

몇 번 '퇴고'의 과정을 거치기는 했지만 내 고집대로 계속 출판용 책 쓰기 글을 쓴 것이다. 그리고, 기-승-전-결, 하고 싶은 이야기들 쫘아악 늘어놓고 마무리까지, 끄읕! 그리고는 혼자 뿌듯했다. 

이러면 읽는 사람들이 버거워한다. 

그리고 네모, 네모나게 끊어지는 문단은 '읽을 결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책을 쥔 사람들의 눈에나 익숙한 모양새이지, 웹상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 웹소설이 짧은 문장, 텅텅 빈 칸으로 죽죽 아래로 흘러내리듯 쓰이는 아주 결정적인 까닭이 여기 있다. 

이제라도 알았으면, 이제부터 고집부리면 안 된다, 황섬. 


그리고, 독자들의 소화불량을 방지하기 위해서 많은 내용을 욱여넣지 말기. 

그동안 나는 너무나 친절한 글쓴이가 되어서 한 포스팅에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퍼다 드렸다. 그동안 내 글은 적절하게 쪼개어 세 개의 포스팅으로 좀 더 깊게 다듬어서 쓸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이었다. 

이는 비단 글의 길이 문제만은 아니다. 

너무 욕심내지 말고 담백하게, 가능하면 일관된 메시지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기. 



상황 1-1) 

피아노 - 오르간을 횡단하며 연주하면서도 계속 타건 뭉개질까봐 걱정하던 그 피아니스트 언니처럼 나도 sns 글쓰기로 멈추게 될까봐 걱정이 되어 계속 '책 쓰기 글'처럼 써왔던 것 같다. 

그러나, 글쓰기 형식은 그때 그때 재주껏 변신해야 함을 절실하게 느낀다. 


상황 1-2) 

'퇴고'

또 말을 해서 무엇할까. 

사실  나는 sns에는 그다지 퇴고로 시간을 많이 쓰지 않았었다. 그냥 막 의식의 흐름대로 써서 올리기도 하고, 그러다가 미움도 받고... 어떤 글이든 퇴고는 필수 되시겠다. 

선생님은 올린 후에도 계속 고친다고 하셨다. 나 또한 신경 써서 글을 올리고 나면 계속 왔다갔다하면서 다시 보고 또 보며 고친다. 


지난 주 썼던 드라마 기획안을 다시 보았다. 

아아! 소리가 절로 나왔다. 왜 이렇게 밀도가 없는 글이 뭉쳐 있지? 밀가루로 치면 수제비로 도저히 만들 수 없이 맹물이 너무 넘쳐 흘러 아래로 뚝뚝 흰 물이 떨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이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원인은 퇴고였다. '퇴고'가 부족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느껴봤겠지만 글을 쓸 당시는 옥고도 이런 옥고가 없다. 그러나, 시간 차를 두고 몇 번을 더 읽어보면 분명히 부족한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 쓰고 있는 이 브런치 글도 지금 쓰고 몇 시간 뒤에 다시 보면 느낌이 틀림없이 다를 것이다. 문장 앞뒤 맞지 않는 것도 있을 테고, 띄어쓰기는 수십 개 틀리고...

 


"다섯 장만 써도 좋으니 주인공의 입체적인 변화를 보여달라." 


지금 열심히 작업하고 있는 드라마 기획안을 향한 대표님의 주문이다. 

여태까지 나는 기획안을 쓸 때 많게는 50장 넘게, 적게는 10장 남짓 써서 수십, 수백 개의 버전으로 썼다. 아, 그런데, 이제는 다섯 장?


브런치 글에 대한 생각을 재정립하면서 아하! 모먼트가 번개 치듯 왔다.  

그동안 내 고집대로, 지나친 뚝심을 가지고 썼었구나.

피아노와 오르간을 오가면서 연주하는 반주자처럼 영리하고 약아빠지게라도 변신하면서 '읽는 사람'의 편의를 살피면서 써야 하는데... 


다시 한 번. 

알았으니 고집 부리지 말고 조금씩 변해보겠다. 

그리고 이번 기획안, 완전 통쾌하게 통과한다. (조용히 주문을 외워본다)


AI야,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작가인 나를 그려줘. 

"AI야, 나는 여자야. 다시 그려줘." 하려다가 이 남자 작가님의 표정이 너무 밝고 좋아서 통쾌하게 통과.



오늘이 1월 18일입니다. 한 달 뒤인 2월 18일에는 어떻게 발전했는지 한 번 면밀하게 짚어보겠습니다. 
일단 제가 하고 있는 SNS 페이스북, 트위터, 얼룩소는 제외하고 '브런치'로 측정해볼게요. 
'구독'과 '좋아요'로! 많이 많이 응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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