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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섬 Feb 07. 2024

아스퍼거 증후군

내가 아스퍼거라면... 아니 아스퍼거라고?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친구를 사귀면 좋은점! 단점만 너무 이야기 한것 같아서 오늘은 장점이야.


1. 솔직하다: 사람을 속이는데 서투르고 빈말을 못해서 참언이 필요할때 좋다. 눈치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데 가끔 내 친구들은 눈치안보고 말하는 내가 사이다 라고 해준다.

2. 한결같은 마음: 기싸움같은건 할줄 몰라 순수하다. 한번 마음을 내어주면 오랜 시간 연락을 안해도 당신에 대한 마음은 한결같다. 당신을 순수하게 믿어주고 그만큼 의리있다.

3. 관심사엔 전문가다: 특정분야를 깊게 파는 특성 때문에 공통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지식을 공유하고 서로 많은것을 배울수 있는 관계가 될 것이다.

4. 감정을 크게 느낀다: 모든것을 정형인보다 크게 느끼는데 사과도 감사도 크게 느낀다. 선을 넘었다고 느낄때 “난 너를 좋아하지만 이부분 상처받았어.”라고 말해주면 진심으로 미안해 할 것이다. 선물을 준다면 오랜시간 소중히 간직하기도 한다.



어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 글을 쓰레드에서 우연히 읽었다. 자폐 스펙트럼, adhd를 함께 가지고 있는 여자분이 쓴 글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나를 사귀면 좋은 점과 어느 정도 맞겠다.

나를 만나면 기쁜 일에 아주 많이 기뻐하고, 슬픈 일에 아주 많이 슬퍼하고, 조그마한 일에 아주 많이 불안하고, 전체적으로 아주 어린 아이 같은 솔직한 황섬을 만난다.  


어제 처음 알았다. 내가 아스퍼거 증후군인지... 

그리고 수십 년간 나를 힘들게 했던 그 불안의 원인이 뭔지 알게 되어서 맥이 탁 풀렸다. 마치 잔뜩 긴장했다가 뜨끈한 온천물 들어가서 지지고 온 몸 녹는 것처럼. 


집에 돌아오니 남편이 맥주에 편육을 먹고 있었다. 털썩 앉아서 이야기했다. 

차라리 내가 아스퍼거인지 아스파라거스인지 그 어떤 것이라도 관심이 하나도 없거나, 편견이 없는 남편이라 편했다. 


"오, 우리 만두가 그럼 너한테서 기질을 받은 건가?"


지금 아들 자폐의 원인을 찾자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의미도 없지만 말이다. 

열한 살 아들 만두는 언어장애를 동반한 고기능 자폐 친구다. 즉 지능은 매우 뛰어나지만 언어 장애가 있어서 세상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녀석이다. 

오늘 아침의 나와의 대화를 잠시 소개하면...


"돌봄 교실에 가려면 보조가방은 멋있지 않아!"

"그래도 가방이 이모 선생님(활동지원 선생님) 차에 있으니까 오늘은 보조가방 가지고 가야 해."

"안 돼, 혜성이는 싫어."

"지금은 책가방이 없으니까 보조가방을 가지고 가야 해."


한참을 실랑이 하다가 학교에 갈 시간 9시가 되었다. 시간을 1분 단위로 지키는 우리 만두 혜성이는 눈물을 터뜨렸다. 그리고 결국 상황을 파악하고 보조가방을 집어 들었다. 


"보조가방 어딨어요?"

"식탁 위에 있어. 엄마가 숟가락통, 물통 다 준비해놨어. 걱정하지 마. 식탁위에 가방 있어."


나는 그 시간 바삐 집안을 치우고 있었다. 


"식탁? 식탁이 뭐예요?"

"혜성이 밥 먹는 데. 저기 혜성이 밥 먹는 데를 식탁이라고 해."


이렇게 한 단어, 한 단어씩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지난 달부터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을 하나씩 하나씩 배우기 시작했다. 

어제 아스퍼거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당연히 '집요하게' 검색해봤다. 

논문도 찾아봤다. 그런데 몸도, 뇌도 피곤해서 영어 논문도 찾아보고 싶었는데 차마 못했다. 

 

사람들에게는 내가 아는 감정 말고 내 뒤에 또 다른 감정이 있다고 한다. 

어머니, 아버지를 사랑하는 느낌. 이 문장을 쓰면서도 잘 모르겠다. 

솔직히 아직도 밉다. 내 고집이 많이 센 거겠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내 감정을 몰라주니까 자꾸 화가 난다. 

하지만, 내가 낳은 아이들을 사랑한다. 정말 강렬하게 잘 알고 있는 느낌이다. 어떻게 이 감정은 잘 학습했다. 아주아주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내가 이성을 사랑했던 경험은 무엇일까. 

다시 재조합해봐야겠다. 잘 모르겠다. 

세상의 모든 것을 내 중심으로 느끼는 것이다.

심리 상담 한달 째. 그동안 정말 너무 놀랐다. 세상 사람들 다들 이렇게 나 같이 생각하는 줄 알았다. 

그리고 미안했다. 많은 사람들, 생각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어른이 되어서 내가 제일 힘든 것이 뭐였냐면 대화할 때 '멘트가 씹히는 것'이었다. 전문용어로... 

다른 사람들이 나한테 뭔가 이야기할 때 자꾸 내가 겹쳐 이야기한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오롯이 듣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상대방이 이야기하면 답이 바로 바로 생각이 솟아 오르니 참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미 상대방이 무엇을 이야기할 지도 다 지레짐작 쌉가능. 

아무리 심호흡을 하고, 차분하게 듣기를 시작해도 된다. 아직도 노력하고 있다. 

덧붙여서...

살면서 열정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다. 

이것도 아스퍼거인들의 대단한 특징이었음을 이제야 알았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꼭 이루는 사람들. 



나는 어쩌면 내일 새벽에 또 공황이 올라올 수도 있고, 조금 괴로워 하다가 아침 햇살을 받으며 "혜성아, 안녕?"하고 활짝 웃으며 아들한테 인사할 것이다. 

주로 아침 기분이 제일 불쾌하고 안 좋은데 여전히 하루는 열어야 하니까 그렇게 일어날 것이다. 그게 나의 루틴이니까. 

그리고 지금 기분은 제일 좋다. 

내일 어떻게 일을 해야 할지, 내일 모레 어떻게 마감을 해야 할지도 명확하게 시뮬레이션이 되어서 편안하게 지금 이 시간 브런치 글을 쓰고 있다. 


남편도 나의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해서 열심히 들어주고는 있다. 

아스퍼거 =  천재 

이 공식으로 나를 놀리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이 많았지만, 생각한 것만큼 그도 이쪽으로 공부가 없어서 더 이야기하기 편하다. 


어차피 그동안 그렇게 힘들었는데, 그냥 아스퍼거인 이상, '천재 작가'가 되어 볼게요. 


(내가 장난으로 한 이 이야기도 다른 사람들은 잘못 받아들일까봐 두렵다... 내가 천재 작가라고 잘난 척하고 쓴 이야기는 아닌데, 혹시나 하고...아스퍼거 증후군인 나의 이야기다. 새로 태어난 사람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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