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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섬 Feb 08. 2024

2008년 숭례문 화재 이후...

숭례문 복원 사업의 진실

2008년 숭례문 화재 기억하시는지. 

2월 10일에서 2월 11일까지 우리나라 국보 1호 숭례문이 황당하게 전소해버린 사건 말이다. 


건축물 겉에 불이 붙은 것은 쉽게 진압을 할 수 있다. 그리고 해당일 언론에서도 화재가 진압이 되었다고 했다. 

문루  2층, 기와와 서까래 사이 '적심'이라고 나무가 많이 들어가 있는 공간이 있다고 한다. 말하자면 건물의 중심을 잡는 곳이다. 적심에 불이 붙으면 아무리 물을 뿌려도 물이 안 닿으니 답이 없다. 밖에는 판자로 마감 되어 있는데, 아뿔싸, 서까래와 그 송판 사이 틈으로 불이 들어간 것. 그래서 그 안이 밤새 전소가 되어 버렸다. 



어제는 숭례문 화재 후 당시 문화재청의 복원 어벤져스 팀을 만나서 3시간 넘게 인터뷰를 했다. 숭례문 복구 과정 중에 한 분이 고인이 되었고, 또 한 분은 무형문화재 자격에서 해제 됐다. 그리고 관련 직원들도 숱하게 조사를 받고, 징계를 받았다. 

과연 숭례문 복원 작업이 그렇게 비리와 태만으로 때려 죽일 일이었을까. 


인터뷰 하는 내내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함께 하는 직원분은 이미 복구 작업하고 조사받은 지 10년이 지난 일인데도 절차도 일자도 온통 다 기억하고 있었다. 복구안 발표부터 시작해서 실제 공사기간까지. 심지어는 핸드폰을 꺼내서 나한테 바짝 들이밀며 숭례문을 감싸고 있는 돌담까지 어떻게 작업했는지 보여주었다. 

실제로 숭례문 복구 작업을 하면서 일제 때 해체된 좌우성곽을 다시 세웠다. 


전통 건축물을 이야기할 때 자재로는 돌, 흙, 나무, 그리고 또 하나 물(철물은 아주 나중에 나온 자재) 이렇게 다섯 가지를 쓴다고 하면, 기법으로는 목공, 석공, 기와, 단청, 철물 등으로 나뉜다고 한다. 설명 하나하나 듣는데도 참 놀라운 가운데, 일제 시대 때 이 모든 것들이 단절, 단절, 단절.... 온통 단절 투성이라는 것에 깊은 빡침이 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걸 다시 애써 전통방식으로 보존하자고 기치를 든 것이 바로 숭례문이었다. 


이제는 재조명 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숭례문 복원 작업. 숭례문 복원은 그렇게 언론이 포퓰리즘에 휩쓸려 함부로 다룰 사안은 아니었다. 


새로운 정부가 구성이 되면 공무원들이 새로운 정책을 펼치는 것에 대해 열심히 하려다가 잘못되는 것은 용서해준다고 한다. 이를 공식적으로 '적극행정 면책제도'라고 한다고. 

그러나, 역대 면책해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한다. 숭례문이 대표적이라고 한다. 

이번 책 작업은 문화재청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신 분의 '문화재 에세이' 다. 진행하다 보니 '숭례문'이 역시 내용의 핵심이 되었다. 열 번 정도를 만났는데, 이날 같이 이렇게 목청을 높이시는 걸 처음 봤다. 이전에는 늘 자작자작한 목소리, 녹취할 때도 그 목소리 잘 안 들릴까봐 조마조마했던 분이다. 그래서 나는 '천상 공무원이시네...'라는 생각으로 매번 인터뷰를 했었다. 

그러나, 숭례문 이야기가 나오고 당시 현장에서 고군분투했던 후배들이 인터뷰 테이블에 함께 앉으니 달라졌다. 


"우리나라 R&D 투자, 이렇게 많이 하는 데가 없습니다.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1위일 겁니다. 그런데, 투자 대비 연구 성과가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좋지 않아요. 왜냐면... 이기는 게임만 하려는 겁니다. 실패할 연구는 하지 않습니다. 실패하면 지원이 끊어지거든요. 그러니 발전이 있겠습니까. 

숭례문도 문화재 복구, 보수에서는 최초의 시도였습니다. 전통 기법 그대로 살려서 하라. 이 원칙으로... 열 개 중 한 개쯤 실패했다면 교훈 삼고,  새로운 도전을 인정해야 하지 않습니까. 아무도 인정 안합니다."


다른 어벤져스 중 일 인이 이어 나간다. 


"숭례문 복구에 쓴 나무. 그것  갈라진 것 때문에 중앙일보에 '부실 공사'라고 기사가 났습니다. 시리즈물로 집중 취재가 들어갔던 겁니다. 

갈라지지 않으면 그게 나무입니까. 나무는 옛날에도 갈라졌고. 지금도 갈라지고 있습니다. 
물론 심하게 갈라지면 때웁니다. 지금 그런 데가 많아서 보수 계속 합니다." 


이 내용, 에세이에 넣어도 되겠냐고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네, 넣어주세요."


방화범 채종기는 10년 징역형을 받았고, 만기 출소했다. 10년이다, 10년... 

이전 2006년 창경궁에 불을 질러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은 바 있는 늙은이다. 

이름대로 종기같은 인생. 현재로는 생사를 모르겠다. 백 세 시대에 칠순 정도면 멀쩡히 살아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2월에 두 차례, 당시 숭례문의 기와와 단청 복원에 이바지하셨던 분들과 인터뷰가 남아있다. 

그동안 녹취했던 이 수많은 대화들, 그리고 내가 인터뷰하면서 메모했던 백여 페이지의 문서들... 어떻게 정리할까 머리가 너무 아팠는데... 세상에!!! 


나에겐 '클로바 노트'라는 신세계가 어젯밤, 펼쳐졌다. 

나, '숭례문'까지 걸고 클로바 노트 뒷광고 하는 것 아니다! 첨단 테크놀러지여, 거룩하도다!!!!!!!!!!!


여하튼 요즘 이러한 작업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숭례문 복원 사업', 그렇게 언론에서 따따부따 했던 것 같이 부실한 복원 아니었다는 것, 찬찬히 밝혀보려 작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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