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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섬 Jul 20. 2024

박용우 다이어트 일지

7일 차 


<식단 7일 차>


몸무게 - 0.5 kg (59.7kg)

근육량 + 1.4kg 드디어 우수 쪽으로 돌입!  (41.8kg)

제지방량 + 0.6

피하지방률 - 1% 




하루에 세 끼 단백질 쉐이크, 한 끼는 밥 반공기에 반찬 많이 식사. 

오늘의 계란찜에는 라구 소스를 넣어보았다. 칠리 소스랑 너무나 잘 어울리는 맛이다. 앞으로도 매일 해 먹을 것 같다. 


나는 그동안 '알콜 중독'이다 싶을 정도로 술을 많이 마셨다. 물론 지금도 마시려면 죽죽 잘 마실 수는 있는데... 문제는 아침마다 술이 깨면서 우울한 것이다. 개운하고 힘찬 아침을 맞이하면서 오늘 하루 열심히 살고 싶은데 숙취 때문에 몸이 안 좋으니 약간의 패배감도 들고 나, 이것밖에 안 되나 싶은 생각도 들고... 당연히 술꾼들의 매일 결심인 '나 오늘도 술 또 먹나 봐라, 내가 인간이 아니다'를 매일 복창하지만, 저녁 일과를 마치면 또 아유~ 오늘 하루 수고했다~ 하면서 셀프 알콜 처방을 내리는 것.  그리고 똑같은 새벽의 우울감은 반복되고. 


그래서 다 끊어냈다. 한 달 정도 끊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끊고 난 다음 최고의 수확은 '술을 마셔온 지난 십수 년간 많이 힘들었었구나' 하고 나를 돌아보게 된 것이다. 음주 말고도 신나고, 즐겁고, 행복한 무언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면 이렇게 빠져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독서? 애가 잠을 자야 독서를 하지. 반신욕? 이 또한... 영화 감상? 우리집은 좁아서 식구들이 모두 다닥다닥 붙어서 생활을 하기 때문에 쾌적한 감상 시스템이 구현되지 않았다. 결국, 술이 제일 즐거웠던 취미 생활이었던 것이다. 


나는 여전히 술을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마음이 힘들 때 술은 내게 잠시 쉴 수 있는 여유를 주었고, 맛있는 안주를 추천해주었다. 아주 좋은 친구다. 그래서 이 한 달 간의 단절이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이 한 달 바짝 끊어서 나머지 11개월, 좋아하는 술을 맛있게, 건강하게 마실 수 있다면, 그리고 늙어서 죽기 직전까지 마르그리트 뒤라스 언니처럼 멋지게 와인잔을 들며 살 수 있다면... 


그나마 혜성이가 많이 커서 실천할 수 있는 한 달 다이어트다. 그리고 딸도 술 안 마시고 일주일을 버틴 엄마를 엄청 좋아하고, 응원한다. (그렇다고 나 술 마시는 것에 평소에 뭐라고 이의를 제기했던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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