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데이 에세이 1
'먼'데이마다 애'먼' 사람들에게 글을 뿌리는, '먼'가 할 말 많은 사람의 글
2020년 시작할 때 썼던 새해 계획을 발견했다.
1. 어떤 대본을 읽더라도 자기화를 할 수 있게 되는 것
2. 상대역에게 잘 반응 하자
3. 건강하고 라인이 살아있는 몸.
4. 희곡 2개 쓰기
5. 춤 배우기
6. 여유로운 마음 갖기
7. 포기할 것은 포기하기
숫자가 들어간 4번 빼고는 결과를 측정하기 어려운 것들이기도 하고,
중간에 갑자기 ~ 하자라는 의지형이 들어가기도 하고,
중간 점검이 가능하거나 구체성은 없는.. 계획이라기 보단 다짐의 가까운 글이었다.
그리고 다짐은 고기 다지듯 다져졌다.
1,2번... 연기를 전문 선생님께 배웠지만... 실력은 제자리걸음이고,
6, 7번 여유로운 마음과 포기할 수 있는 용기는 개뿔, 조급증만 생겼다...
몸은... D라인이 살아있게 되었다.
뭐 사실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웠다 하더라도 2020년 계획을 다 지킨 사람은 몇 없을 것 같다.
코로나 19는 계획안에 없었을 테니까.
코로나는 건강, 직장, 인간관계 모든 것에 영향을 미쳤다. 위기를 기회로 삼은 개개의 성공사례들이나 임대료를 깎아준 건물주처럼 미담 기사들이 조명되지만, 다수의 일반적인 사람들은 폐업률, 고용률, 실업률 등 숫자로 뭉뚱 그러 져서 표현될 뿐이다. 그러나 그 숫자만으로 그들의 답답함, 좌절감, 불안감 등을 다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숫자 밖의 사람들은 '아 그렇구나'하며 잠시 안타까워할 뿐이다.
나도 아직은 숫자 밖의 사람이다. 그러나 언제든 숫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란 불안감이 없지는 않다. 왜냐면 지금 회사에서 맡은 일이 회의, 강연 등 행사를 기획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원래 이런 행사일은 다양한 변수가 있고, 매번 상황에 맞춰 준비해야 한다. 누군가에겐 스트레스 이겠지만 늘 새로운 점이 내가 느끼는 가장 큰 장점이었다. 그런데 준비하지 못한 다른 외부 변수로 일이 흐트러지면, 그땐 비상사태이다. 예를 들면 강사나 출연자가 금액이 안 맞거나, 생각보다 이벤트 참여자가 적거나 하는 건 변수이지만 충분히 예측 가능하고 플랜비를 짜서 대응할 수 있다. 그런데 당일날 잘되던 기계가 안되거나, 행사 순서에 있는 중요 vip 가 빠진다? 그리고 정말 행사 거의거의 다 완벽하게 잘 끝나고 있고 준비한 현수막이 내려왔는데..............................
그런 면에서 코로나는 모든 행사의 진행을 한순간에 없애버린 엄청난 외부 변수였다. 다행히 행사 영역이 기업의 메인 업무가 아니라, 기업 자체가 흔들리지는 않지만,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공식적인 업무는 솔직히 없다. 그저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처음엔 한없이 기다려야만 하는 것이 짜증 났지만 오히려 이젠 그것마저 일상으로 예측 가능한 범주가 되어버렸다. 말 그대로 뉴노멀의 시대인 것이다.
그렇지만 뉴노멀이라고 해서 꿈마저 없어지면 안되지 않겠는가?
또 계획이란 게, 목표라는 게 세우는 것만으로도 희망 회로를 돌리게 하는 효과도 있다. 누군가는 비웃겠지만, 2020년 다짐을 적을 때 나는 내가 연기를 진짜 잘하게 돼서 회사 때려치울 수 있을 줄 알았다.
위의 다짐들은 2021 말까지 유예된 상태다. 더해서 구체성, 실현 가능성 부족했던 것 같아서, 만다라트를 응용해서 세부 목표도 잡았다.
이번해가 끝날 때 다시 보면.... 얼마나 이뤄져 있을까??
대문 사진 출처 :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