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 한국이 싫어서를 읽고
공연이 끝났다.
(비록 공연 제작기는 처음 계획과는 달리 아직 마무리 되지못했지만..ㅜ
2015가 가기 전에 완성할 것이다.)
그런데 공연이 끝났는데.. 지난 공연들과는 좀 다른 기분이었다.
마냥 행복하고, 성취감에 뿌듯하지 않고, 유달리 마음 한 켠이 무거운 느낌.
아마 스스로 느끼는 연기에 대한 불만족인 듯했다.
보러 온 지인들은 칭찬을 해주었지만 불안했다.
그래서 내 주위의 가장 냉정한 관객, 엄마에게 물었다.
"흠.. 난 지난 연극이 더 좋았어. 너에게 너무 버거운 역이었어.
소리만 지르는 것 같았고"
아.. 느끼곤 있었지만, 차마 못했던 그 말을 엄마가 했다.
투정처럼 연출에게 연락을 했다.
연출은 아니라며.. 너의 안정감이 돋보였다고 칭찬해줬다.
그 "안정감"이란 칭찬을 다른 단원에게서도 들은 적 있다.
극단에 들어와서 처음 맡은 주연..
들은 "안정감"이란 표현. 묘한 기분이 들었다.
갑자기 얼마 전 보았던 사주가 생각났다.
"전 엄청 성공하고 유명해지고, 뭐 이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흠... 사주가 돈도 있고, 능력도 어느 정도 따라 주고, 35 이후에는 본인 원하는 거 하면서 재능으로 돈도 벌 수 있어요.
근데 엄청나게 성공할 사주는 아니에요. 평탄하게 무난하게 살 거예요"
학창 시절에도 못하지는 않는데, 1등은 해본 적이 없다.
마치 대회에 나가서 받는 상이 다 우수상, 장려상인 느낌.
심지어 직장도 무난 무난한 직장이다.
나이가 들며 조금 약해졌지만 아직도 그 욕구는 남아있었다.
연극에 빠져 든 계기도 아마 그 욕구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처음 맡은 주연이 내 맘처럼 되지 않았다. 실망이었다.
이런 기분 속에서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는 내 행복의 기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주인공 계나는 한국이 싫어서 정확히는 한국의 "시스템"에서 살 수 없을 것 같아서 호주로 이민을 간다.
호주의 삶이 어느 정도 안정된 후,
한국에 잠시 돌아온 계나는 옛 연인 지명이와 살면서 행복에 대해 생각한다.
왜 호주로 도망치듯 가게 되었나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해봤어. 나는 먹는 거에 관심이 많아서 맛있는 음식이랑 과자를 좋아하지. 또 술도 좋아해..(중략) 또 주변 사람들이 많이 웃고 표정이 밝은 걸 보면 기분이 좋아져. 매일 화내거나 불안해하는 얼굴들을 보면서 살고 싶지 않아.
그런데 그게 전부야. 그 외에는 딱히 이걸 하고 싶다든가 그런 건 없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아는 건 '무엇을'이 아니라'어떻게' 쪽이야.(p. 152)
사랑하는 지명이가 있어도,
한국의 삶은 목적을 위해 그 '어떻게'를 포기해야 하는 삶이었고,
계나는 결국 다시 호주로 돌아간다.
그리고 몇 년 후, 한국에 잠시 들린 계나는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회계용어로 행복의 종류를 설명한다.
"밥을 먹는 동안 나는 행복도 돈과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 행복에도 '자산성 행복'과 '현금흐름성 행복'이 있는 거야. 어떤 행복은 뭔가를 성취하는 데서 오는 거야. 그러면 그걸 성취했다는 기억이 계속 남아서 사람을 오랫동안 조금조금 행복하게 만들어. 그게 자산성 행복이야. 어떤 사람은 이런 행복 자산의 이자가 되게 높아. 지명이가 그런 애야. 난관을 뚫고 기자가 되었다는 행복감이 조금씩 흘러나와, (중략) 어떤 사람은 정반 대지. 행복자산에서 이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이런 사람은 현금흐름성 행복을 많이 창출해야 돼. 그게 엘리야. 걔는 정말 순간순간을 살았지."(p.182 ~183)
그런데 그 결과만 꿈꾸고, 그 과정은 생각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자산을 만들어내는 상품이 무엇인지 몰랐다. 지금도 모른다.
그런데 내가 살아온 과정을 생각하며 또 나에 대한 평가들을 들으며 깨닫는 게 있다.
꼭 엄청난 행복자산을 한 번에 쌓는 것이 성공한 인생, 행복한 인생이 아닐 수 있다.
적절한 현금흐름성 행복과 자산성 행복의 조화.
"안정적"인 행복 투자방향이 내 삶의 방향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연극도 오래오래 하고 싶다.
꼭 엄청난 연기력의 스타가 아니더라도 안정적으로
믿음직한 배우
일상에 스트레스를 푸는 , 나의 소소한 자산성 행복으로,
매일의 연습이, 열심히 준비한 공연이
행복의 적금처럼 남아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