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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업하는 건물주 Sep 29. 2024

11. 하늘이 나를 시험하는 걸까?

포기하고 싶게 만드는 시련들


 2023년 12월 30일 계약 후, 정확하게 삼일 뒤인 2024년 1월 2일에 꿈을 꿨다.

 어릴 적부터 작고하실 때까지 함께 살았던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오랜만에 꿈속에 나오셨다. 리모델링하기 전인 옛날 집이 보였고 나는 20대의 모습이었다. 가족 모두 대청소를 하고 계시는데 나만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열심히 청소를 하시던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아주 큰 광주리를 들고 나의 방으로 들어오셨다. 환하게 웃으시며 방청소를 깨끗하게 해 주겠다고 하셨다. 잠시 후 광주리에는 썩은 생선과 온갖 잡다한 쓰레기들이 가득 담겨 있었고 캐캐묵은 것들까지 모두 다 꺼내어 버려 주셨다. 나는 손하나 까딱하지 않고 집은 말끔하게 대청소가 되어 있었다.

 '이 꿈은 뭘까?'

 아주 좋은 꿈같았다. 조상님이 나오고, 조상님이 환하게 웃으시고, 대신 청소를 해줬다는 것만으로도 대박꿈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대박을 꿈꿨는데 현실은 포기하고 싶은 욕구만 솟구쳤다.


 현 매장의 남은 임대 기간 동안 장사를 하면서 새 매장에 인테리어를 동시에 시작했다. 없던 주방을 만들고 환풍기도 달고 보일러도 연결하고 가스도 설치하고 닥트도 설치했다. 거기에 이사 준비도 병행을 했다. 브레이크타임 때마다 혼자서 빌라 3층인 주인세대로 올라가 시트지 작업과 페인트칠 작업을 매일하고 오후 5시가 되면 매장으로 2차 출근을 했다. 거실 벽, 주방 벽, 싱크대, 올드한 나무틀까지 모두 하얗게 밝은 느낌으로 서서히 탈바꿈시켰다. 셀프인테리어를 하다 보니 재미있고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겨서 매장 화장실 문도 시트지 작업을 하고 철제문도 하얀색으로 페인트칠을 했더니 칙칙하던 화장실도 환해져서 훨씬 보기가 좋았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셀프인테리어로 다른 영역까지 더 꾸미고 싶었는데 매장 임대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이제는 매장을 이전하는 데에 매진해야 했다.


 만 6년 동안 장사하던 곳에 물건들을 모두 꺼내어 이동시키는 데에만 꼬박 하루가 걸렸다. 그것도 이사업체 덕분에 하루 만에 끝낼 수 있었다. 텅 빈 매장과 주방을 보면 아쉬움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줄 알았는데 웬걸! 묵은 때만 한가득이라 청소할 생각에 눈앞이 까마득해서 나오려던 눈물이 쏙 들어갔다. 물건 옮기는 것도 힘들었는데 우리의 흔적을 벗겨내는 청소 작업도 보통일이 아니라서 결국 몸살이 났다. 그리고 우리가 파손한 것은 아니지만 찢어진 방충망도 새 걸로 교체해 드리고 테라스의 나무가 삭은 부분도 완전히 덜어내어 새 나무로 교체를 해드렸다. 건물 뒤편의 공간과 화단은 공용이지만 전용으로 사용한 부분도 있으니 뒷 영역도 청소를 깨끗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실내 페인트칠도 하면서 최대한 깔끔하게 우리의 흔적을 지웠다. 

 이렇게 예전 매장과 이별을 고한 후 새 매장으로 왔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새 매장은 더 가관이었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온통 물건들로 가득 쌓여 있어서 무엇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순서를 정해야만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우선 크기가 큰 철제용 선반들을 모두 야외로 빼내어 거품칠을 한 후 샤워기를 틀어 묵은 때를 벗겨 냈다. 가스레인지와 싱크대도 모두 밖으로 꺼내어 똑같이 씻었다. 이 작업도 만만치가 않은 데다 몇 날 며칠 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때만 벗겼더니 근육통이 심하게 왔다. 이 소식을 들은 아버님, 어머님께서 매장으로 오셔서 청소를 하루 도와주셨는데 일이 훨씬 빠르게 진행이 되어서 정말 큰 도움을 받았다. 물기가 많은 철제선반들 및 싱크대들, 가스레인지들은 햇볕과 바람에 말린 후 실내로 하나하나 옮겨서 큰 물건들부터 자리를 잡았다. 그다음 선반에 둘 물건들을 모두 씻고 닦아서 정리를 했다. 그다음 테이블과 의자를 하나하나 닦은 뒤 자리를 잡았다. 부피가 작은 식기류도 씻어서 정리하고 바닥 청소 및 주방 청소를 했다.

각 분야별 전문가님들도 오셔서 실내 인테리어와 매장 시트지 작업, 조명 설치, 외부에 간판도 달아주셨다. 전기 증설도 했다. 

 비용이 드는 만큼 그럴싸한 매장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멀쩡하던 출입구의 문이 갑자기 꽉 끼였는지 열리지가 않았다. 짐을 옮기고 인테리어 할 때도 끼익 끼익 소리가 나서 신경이 쓰이긴 했었는데 갑자기 못 쓰는 문처럼 꿈쩍을 안 하니 너무 황당했다. 인테리어 사장님께서 보시더니 해결책을 내어주셨다. 아래쪽이 끼이니까 끼이는 부분을 절단시키자고 하셔서 절단 작업을 계속했다. 그랬더니 문도 잘 열리고 소리도 나지 않았다. 해결은 했지만 인테리어 비용은 더 추가되었다.


 이제 에어컨을 옮길 차례였다. 이전 매장에서 사용하던 에어컨이 두대가 있었는데 새 매장에도 에어컨이 두대가 있으니 기존에 사용하는 것들은 필요가 없어져서 전기를 많이 잡아먹는 한 대는 버리고 나머지 한 대는 중고시장에 팔려고 창고에 두었다. 

 새 매장으로 와서 스탠드 에어컨 자리를 옮기려고 하는데 무언가 이상했다. 자세히 보니 코드전선이 잘려있었다. 즉, 아예 사용할 수도 없는 관상용 인테리어 소품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러고 나서 보니 그 주변에 콘센트도 없어서 그 자리에 어떠한 전자제품도 설치할 수 없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오 마이 갓! 계약하기 전에 작동을 해봤어야 했는데 너무 안일했다. 

 그러나 후회할 때가 아니었다. 시간은 금이기에 빠른 해결책이 필요했다. 일단 관상용은 빼버리고 창고에 있던 기존의 에어컨을 다시 꺼내어 매장으로 옮긴 후 콘센트가 있는 자리에 놓고 설치를 했다. 예비용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스탠드에어컨의 자리를 잡은 후 실사용을 위해 에어컨 청소전문업체에 출장 요청을 드렸다. 며칠 후 매장으로 오신 전문가님께서 리모컨으로 천장에 달린 시스템에어컨의 전원을 켜보셨다. 고장이라고 하셨다. 작동이 아예 안 되어 서비스센터에서 수리한 후 다시 연락을 달라고 하시며 떠나셨다. 하... 너무 죄송했다. 이른 더위로 예약이 꽉 차 있는데도 일부러 빨리 와주셨는데 고장이라고 하시니 면목이 없었다. 

 빨리 손보고 싶어서 서비스센터에 연락을 드렸고 기사님께서 출장 방문을 오셨다. 에어컨도 보시고 실외기도 보시더니 수리 비용이나 새로 사는 비용이나 별반차이도 없을 것 같고, 고친다고 작동이 잘 될지도 모르겠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새 걸로 구입하는 것을 추천해 주셨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분노가 차올랐다. 계약 당시 에어컨 두 대 값은 벌었다고 좋아했는데 둘 다 쓰레기라니... 세상이 우리를 시험하는 것 같았다.

 '계약할 때 시스템에어컨을 왜 미리 켜보지 않았을까?'

 '기존에 사용하던 에어컨을 왜 미리 버려서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을까?'

일일이 나열하지 못한 작은 부분들부터 큰 부분들까지 제대로 된 게 없다는 생각에 이 건물을 잘 산 건지 회의감도 들고 이대로 계속 진행해도 되는 것인지 걱정만 늘었다. 무언가 진전이 있어야 준비할 맛이 날 텐데 하나를 하면 꼭 하나가 걸고넘어지니 힘이 쭉쭉 빠졌고 또 무슨 일이 터질까 봐 두렵기까지 했다.

 '매장 오픈, 할 수는 있는 걸까?'

 온통 이 생각으로 가득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봐도 어쩌겠는가? 건물은 이미 샀고 이왕 저지른 일 어떻게든 오픈은 해야 하니 남편과 서로를 다독이며 이 악물고 계속 준비를 했다.

 에어컨 한대로는 장사를 할 수 없으니 예산에 없던 비싼 시스템 에어컨도 하나를 더 장만했다.


 하지만 시련에는 끝이 없었다. 설치된 닥트를 사용했는데 흡입력이 너무 약했다. 더운 공기를 빨아 당기지를 못했다. 설치 기사님께 다시 연락을 드렸고 확인차 매장으로 오셨다. 설치 당시에 이 정도만 해도 된다고 해서 그렇게 설치를 하셨다고 했다. 흡입력이 너무 약해서 주방도 덥고 홀도 더우니까 성능이 좋도록 다시 해달라고 말씀드렸고 더 높은 것으로 다시 설치를 해주셨다.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그런데 추가로 전기증설을 또 해야 된다고 하셔서 다시 또 했다. 예상치도 못한 지출이 또또 생겼다. 전기증설할 때 한 번에 했으면 될 것을 두 번이나 해서 돈도 두 번 냈더니 속이 너무 쓰렸다. 


 건물 산다고 돈 써, 인테리어 한다고 돈 써, 이전 설치한다고 돈 써, 예상치 못한 일로 돈 써, 이사때문에 돈 써, 돈이 그냥 줄줄 새고 있었다. 천만 원 단위가 우스웠다. 쓰는 돈은 어쩜 이렇게 헤픈지 모르겠다.

 돈은 못 벌고 있고, 목돈은 쉽게 나가고, 하자만 발견하고 있으니 불안감이 최고치에 올라섰다. 거기에 다음 달부터 덮칠 은행이자를 상상하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불안한 마음을 다잡으려 눈만 떴다 하면 쉬지 않고 열심히 일을 했다. 점심 먹는 시간도 아까워서 최대한 빨리 먹고 일어나 또 일을 했다. 눈을 감은 꿈 속에서도 매장 일을 했다. 오로지 매장 오픈만 생각했다그것만이 길이라 생각하고 오픈 준비하는 데에 박차를 가했다. 


 그렇게 한 달이라는 시간을 꽉 채우고 나서야 오픈 날짜가 적힌 현수막을 매장 앞에 크게 붙일 수 있었다.

 드디어 재오픈 임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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