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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업하는 건물주 Sep 22. 2024

10. 우리, 건물 사자!

용기 있는 자만이 건물을 얻는다


 세상물정 몰랐던 과거의 나는 생각이 일차원적이고 단순했다. 자영업으로 돈을 많이 벌면 누구나 건물을 사는 줄 알았다. 건물을 사면 부자인 줄 알았고 건물을 사면 더 이상 돈을 벌지 않아도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자영업으로 열심히 돈을 벌었는데 모이기는커녕 버는 만큼 쭉쭉 빠져나갔다. 이 루틴을 매일 겪으면서 알게 됐다. 

 '이것이 현실이구나.'

  부자가 되기 위한 현실의 벽은 굉장히 높고 견고했다.


 돈을 더 벌려면 매장이 훨씬 커야 한다는 남편의 말에 큰 매장으로 장소를 옮기려고 임장을 다녔다. 비어 있는 상가들을 많이 보았고 땅도 보았다. 마음은 땅을 사서 건물을 짓고 주차장이 있는 단독 사업장을 갖고 싶었는데 땅 가격을 들으니 현실의 벽이 하늘을 찌른다는 것을 알았다. 거기에 건물까지 세운다면 현실적으로 수십억이 필요했다. 현실의 벽은 높고도 높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상가를 보면서 땅도 같이 보러 다녔다. 그런데 마음에 드는 상가가 없어서 2년 6개월 동안 계속 임장만 다녔다. 소득 없는 임장에도 열심히 함께 다녀주신 소장님께 너무 죄송하고 감사했다.


 임장도 열심히, 책도 열심히, 영상도 열심히 보던 중 굉장히 솔깃한 문구가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자영업자여, 건물주가 되어라!'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나는 자영업으로 돈을 벌어 건물을 사고 월세를 받는 게 목표인데 이 분은 내 건물에서 내 장사를 하라는 것이다. 장사가 잘 되지 않아도 건물주가 월세를 올리면 달라는 데로 드려야 하고, 내가 장사를 기똥차게 잘하면 건물값이 올라서 건물주만 좋은 일을 시킨다는 것이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흥미진진해서 관련 영상들을 거의 다 보았고 출판하신 책도 있어서 읽어 보았다.


『이렇게만 하면 장사는 저절로 됩니다』저자 강호동

-자영업자도 건물주가 될 수 있다.

-월세보다 이자를 : 월세는 비용이고 이자는 투자다

-내가 사서 내가 들어간다 : 공실 리스크 없는 매입

-밀리지 않고 꾸준하게 월세를 내고 있다면 건물을 살 자격이 된다.(유튜브 내용)


 이거다! 지금 당장 빌딩 같은 큰 건물은 살 수 없으니 작은 건물을 사서 공실이 없도록 내가 직접 운영하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그런데 이미 임장을 다니면서 땅과 건물의 가격이 만만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고 노후된 건물을 헐값에 산다 해도 리모델링 가격 또한 저렴한 게 아니라서 머리를 이리 굴려보고 저리 굴려보고, 계산기를 여러 번 두드려 보아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혹시 내가 놓친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다시 공부하는 마음으로 강호동 님의 유튜브 영상을 처음부터 찬찬히 뜯어보기 시작했다.

 순간 무릎을 탁 쳤다! 

 1, 2층은 건물주 상가 / 3, 4층은 세입자 집 / 5층은 건물주 집

이렇게 사용을 하고 계셨다. 영상을 그렇게 많이 봤었는데 이제야 운영의 흐름이 눈에 보였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강호동 님을 따라 할 수 있는 건물은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해 보니 빌라가 떠올랐다. 그래서 세입자들에게 월세를 받으면서 내 건물에서 장사를 할만한 빌라 건물로 다시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침 우리 지역에 호재가 있었다. 수영장과 문화센터를 복합적으로 운영하는 4층짜리 '복합문화센터'가 크게 생긴다는 것이다. 몇 년 동안 카더라 통신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드디어 기사에도 실리고 경축 현수막이 대도로변에 걸리기 시작한 걸 보니 숙원사업이 이루어지긴 할 모양이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센터 예정자리 주변에 빌라를 사야겠다고 다짐했다. 


 바로 부동산 소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다른 빌라는 생각 없고 딱 세 군데만 가격을 알아봐 달라고 했다.

 센터의 앞쪽은 대도로변이 가깝게 있고, 센터 뒤편은 빌라들이 많은 구조인데 그 뒤편에 센터를 낀 작은 삼거리가 있다. 그 삼거리 정중앙에 세 군데 빌라만 콕 짚어드리며 최대한 빠른 연락을 부탁드렸다. 호재 소식을 나만 알고 있지는 않을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급했다. 

 다음 날 바로 연락이 왔다. 한 군데는 팔 생각이 없고, 다른 한 군데는 호재 소식을 알고 있는지 가격을 올렸고, 나머지 한 군데는 급매라고 했다. 급매라는 말에 남편을 빌라 건물로 급하게 불렀다. 건물을 보여줬다. 그 많은 상가들은 다 별로라고 하더니 이 건물은 처음으로 마음에 들어 했다. 대도로변에서도 잘 보이고 길 건너편 스타벅스에서도 정말 잘 보였다. 거기에 급매라 주변 시세보다 몇 천만 원이 저렴해서 가격까지 좋았다. 

 부동산 소장님과 남편과 함께 1층 상가에 들어가 보았다. 확 트인 공간에 스탠드에어컨 1대, 시스템에어컨 1대, 에폭시 바닥, 검은색 높은 천장까지 깔끔하게 되어 있어서 정말 마음에 들었다.

  2층은 임차인들로 꽉 차 있었다.

  3층 주인세대는 공실이라 들어가 보았다. 올드한 무늬들이 눈에 거슬렸지만 구조적으로 봤을 때 방들도 널찍하고 거실도 널찍하고 화장실들도 넓고 보일러실도 넓게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옥상으로 올라갔다. 스타벅스가 잘 보였고 대도로변도 잘 보이고 차후에 생길 복합문화센터도 바로 앞이라 정말 좋았다. 그리고 빈 공터가 복합문화센터 근처에 크게 하나 더 있는데 여기도 나라땅이라 문화센터 같은 건물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더 따지고 잴 것도 없이 여기를 사자고 했다. 하지만 남편은 신중했다. 건물은 잘 사야 한다며 고민해 보자고 했고 소장님은 급매이니 빠른 결정을 요구하셨다. 그래서 2주 안에 답을 드리기로 했다. 


 2주라는 기간 동안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은행에 찾아가 대출금을 얼마 받을 수 있는지부터 알아보았다. 3~4군데 비교를 하면서 우리가 가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금리와 대출금은 농협이 가장 좋다는 결론을 내려서 거래 은행은 농협으로 결정했다. 그런 뒤 이 건물을 정말 사야 하는지 사지 말아야 하는지 계산기를 여러 번 두드려 보았다. 답이 명확하게 나왔다. 임차인으로 월세를 내며 장사를 하는 것보다 건물주로 장사를 하고 월세를 받으며 은행 이자를 내는 것이 더 이득이었다. 차후에는 시세차익도 노릴 수 있으니 더 이상 계산할 것도 없어 보였다. 그래도 불안한 마음에 그 건물을 매일 들락날락하며 여기저기를 더 꼼꼼하게 보고 오픈했을 때 어떤 구조로 할지 구상도 하고 3층으로 이사하면 집은 어떻게 꾸밀지도 생각했더니 시간이 유수같이 빠르게 흘러갔다.


 약속한 2주가 다 되어서야 건물을 사겠다고 확답을 드렸다. 삼일 뒤로 계약날을 잡았다. 그때부터 너무 떨렸다. 우리가 잘하고 있는 게 맞는 건지 갑자기 불안해졌다. 요즘 사기도 많다던데 사기를 당하는 것은 아닌지, 사기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건물을 사는 게 맞는 건지 너무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남편도 잠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심지어는 복합문화센터가 진짜 생기겠냐며, 언제 생기겠냐며, 말만 그렇지 수영장은 없을 거라는 주변의 의견들이 있었다. 

 '계약을 파기할까?'

 이 생각만 백번을 했던 것 같다. 건물을 사는 건 정말 용기가 필요했다. 용감하지 않으니 불안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안개가 낀 숲을 거니는 느낌. 앞으로는 가고 있는데 방향이 맞는 건지, 바로 앞에 낭떠러지가 기다리는 것은 아닌지 알 수가 없었다. 계약 전날은 남편과 날밤을 샜다. 건물 사는 게 맞는 건지 아닌지 계약날까지도 확신이 들지 않았다. 건물을 여러 채 사시는 분들이 위대하게 느껴졌다. 불안한 마음에 잠 못 이루다 동이 트는 시간이 되어서야 남편이 말했다.

 "사자! 계약하러 가자!"

 남편의 결심에 다시 용기가 생겼고 더 이상 흔들리지 말자고 마음을 먹었다.


 드디어 계약 날.

 나 자신이 얼마나 비논리적인지 깨달은 날이었다. 판단기능이 감성적인 나는 상대가 기분이 상할까 봐 눈치를 보고 고생하신 소장님이 편하시도록 계약을 얼른 끝내주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논리적인 남편은 매수자로서 이득과 실리를 챙기는 흥정을 굉장히 유능하게 잘했다. 그래서 급매 가격에서 더 깎았다. 대단해 보였다. 흥정은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를 알게 됐고 흥정을 잘하려면 해당 분야에 아는 것이 많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남편이 공부를 많이 한 티가 났다. 


 도장을 찍었다. 계약금을 드렸다. 이제 우리의 건물이 생겼다. 나도 건물주가 되었다. 남편과 함께 일궈낸 성과라 감격스러웠다. 세금이 얼마나 더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건물에서 장사할 생각을 하니 흥분도 되었다.

 꾸준하게 부동산 공부를 한 덕분에 보는 눈이 생겼고 용기도 생겼다. 이 용기가 자영업자에서 사업가로 한 단계 올라설 수 있게 도와주었다. 


 이제부터는 매장 이전과 이사에 매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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