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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업하는 건물주 Sep 19. 2024

8. 낮 3시간, 저녁 3시간만 장사해도 돼?

브레이크 타임에 대해


우리 가게의 근무시간은 총 6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브레이크 타임이 무려 3시간이나 된다. 다른 매장들에 비하면 꽤 긴 시간을 문 닫고 있다. 왜 이렇게 오래 쉬냐고 면박을 주는 손님들도 계신다.


 처음 브레이크타임을 만든 계기는 찬모님 때문이었다. 찬모님께서는 하루종일 매장에 매달릴 수 없다며 일하는 중간에 집에 가서 저녁준비를 하고 다시 오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브레이크 타임을 가지게 되었다. 찬모님께서 일을 그만두신 지금도 브레이크 타임을 유지하는 이유는 브레이크 타임의 장점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손님이 몰린다.

 식당이란 자고로 내가 먹고 싶을 때 편하게 들러서 맛있게 먹는 곳인데 정가한은 다르다. 먹고 싶을 때 아무 때나 먹을 수 없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식사 시간이 3시간으로 제한되어 있다 보니 손님들 입장에서는 은근한 압박을 느끼는 것 같다. 12시부터 1시 사이에 집중적으로 손님들이 몰려서 삽시간에 홀은 꽉 차게 된다. 늦게 오신 손님들은 자리가 부족해서 밖에서 기다리셔야 한다. 안 기다리고 다른 식당으로 가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일 또는 차후에 재방문을 하시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에 아쉽지만 괜찮았다. 대신 매장 안에 오신 손님들께는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인지 우리 가게는 항상 손님이 많다는 인식이 생겼고 손님이 많다는 건 맛있다는 의미니까 맛있는 식당으로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처음 오신 손님들께서 하시는 말씀이 우리 가게 밖은 사람들이 항상 많아 궁금해서 와봤다고 하실정도이다.

 가장 훌륭한 인테리어는 손님이라고 했던가!

이런 풍경을 만들어준 것은 브레이크 타임이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빌비숍'의 『핑크펭귄』 책을 읽다가 공감되는 문장을 발견했다.

-줄 서는 환경을 조성하면 인기 있고 희소하다는 인상을 풍길 수 있다. 잠재고객에게 안전감과 함께 두려움까지 갖게 하는 기법이다.-


 입소문이 많이 나지 않고 인기가 없을 때에는 손님들에게 이리저리 끌려 다녔었는데 인기가 있는 식당이 되면서 역으로 손님을 끌고 갈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손님들이 우리 가게에 맞춰주신다.

 브레이크 타임이 지났는데도 타이밍이 잘 맞아서 식사를 하고 가신 손님들께서는 받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까지 하시니 정말 감지덕지다.


두 번째로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오후 3시부터 오후 4시 30분 사이에 대부분의 식당들은 손님이 많지 않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있다. 혼자서 홀도 보고 주방도 보면서 손님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바쁨이다 보니 한 명으로 충분히 운영이 가능하다. 그래서 이 시간에는 사장님 혼자 근무를 한다거나 브레이크 타임을 만들어서 아예 문을 닫고 저녁 장사를 준비를 하는 것이 이득일 수 있다.

 손님이 적은 시간대에는 아무래도 긴장이 풀려서 스마트폰을 꺼내어 본다거나 나태한 모습을 보이는 직원들이 있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장의 마음도 편하지는 않다. 자신의 영역에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서로 보게 된다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서 없던 힘도 생기고 눈에 보이지 않던 할 일도 찾게 되어 퇴근할 때까지 부지런한 인상을 주게 되는데 근무 시간이 길면 열정 가득한 모습을 매일 보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정가한의 근무 시간은 짧지만 짧다고 불평하시는 직원분들은 없었다. 자녀들이 보육, 교육기간에 있는 동안 일 할 수 있고, 최저시급보다 항상 더 챙겨주고, 여름 휴가비도 주고, 명절 보너스도 주고, 토/일/공휴일은 모두 쉴 수 있으니 엄마들에겐 아주 좋은 환경이라 만족스러워한다. 짧고 굵게, 요령 피우지 않고 정말 열심히 일을 한다. 그 모습이 고마워서 나도 잘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이처럼 늘어지는 마음도 다잡을 수 있고 인건비도 줄일 수 있는 브레이크 타임의 설정은 장점인 것 같다.


 세 번째로 체력을 아낄 수 있다.

일을 할 때 반드시 갖추어야 할 준비물이 바로 체력이다. 체력이 약하면 불친절해진다.

손님이 너무 많아서 브레이크타임을 놓친 적이 있었다. 오후 2시까지 주문을 받는 방식이고 직원들은 이미 퇴근한 후였다. 브레이크 타임 직전에 손님이 오셔서 주문을 하셨고. 매장에 손님이 앉아 계시니 다른 손님이 오셨고, 또 다른 손님이 계속 들어오시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다 받아보자.'

 하고 다 받았다. 손님들은 모두 떠났고 남편과 둘이서 정리를 다하고 나니 벌써 저녁 장사 시간이었다. 한번 쉬지도 못했는데, 저녁장사 준비도 못했는데, 정확하게 5시부터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손님들을 받으면서 부족한 장사 준비도 병행했다. 이 날은 매출이 정말 높은 날이었다. 그런데 미소가 나오질 않았다. 몸은 너무 피곤하고 힘든데 쉬지도 못하고 앉지도 못하고 계속 움직여야 했다. 스트레스 지수는 높아지고 당도 떨어지고 너무 힘들어서 울먹이며 일을 했다. 감사한 일인데 체력이 안되니 고역이 따로 없었다. 웃지 않는 나, 대답도 설렁설렁, 친절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내가 보였지만 이기적인 본성이 나를 먼저 보호하고 있었다.

 늦은 밤이 되어서야 손님들은 모두 떠났고 엉망인 홀과 산처럼 쌓여 있는 그릇들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남편과 나는 예민함과 피곤함에 감정까지 날카로워져 있었다.

 그래서 다짐했다. 무리해서 근무하지 말자고. 손님은 기분 좋게 식사하러 오셨는데 불친절한 홀서비스 때문에 불쾌하면 안 되지 않은가. 돈을 더 버는 것도 좋지만 체력 분배를 잘해서 저녁 장사도 준비하고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훨씬 지혜로운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근무시간을 조금 더 늘려볼까 고민도 했었는데 그만큼 인력을 더 구해야 했다. 인력을 구하더라도 좋은 사람으로 구인이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이 들어오면 사장의 또 다른 고생길이 열리니 쉽지 않은 방법이었다.

 매장이 크지 않은 만큼 나의 그릇 크기에 맞게 운영하는 것이 지금은 맞는 것 같고, 매출은 높은 편이니 이대로 유지하면서 단골손님을 늘려가는 것이 앞으로를 보았을 때 더 이득이다.


네 번째로 전기세를 아낄 수 있다.

특히 여름에는 냉방, 겨울에는 난방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서 좋다.


월급을 주는 경우에는 브레이크 타임이 짧거나 없을 수 있으니 논외 하고, 시급을 주는 경우에는 매장 사정에 맞게 융통성 있는 시간을 정하여 브레이크 타임을 설정하는 것을 추천드린다.

사장님 혼자서 운영을 하고 있다면 롱런하기 위해서 짧더라도 쉬는 시간을 꼭 가지시기를 권장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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