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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업하는 건물주 Sep 18. 2024

7. 인생을 바꿔준 3가지 인사

입버릇처럼 달고 살자


식당에서 일을 할 때 내가 가장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감사합니다"

"실례합니다"

"죄송합니다"


지극히 평범한 이 말이 나를 성장시켜 주었고 일상을 평화롭게 만들어주었다.


 먼저 "감사합니다"라는 말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많이 해야 할 인사말이다.


 손님이 우리 식당에 와주셔서 감사하고, 맛있게 드셔주셔서 감사하고, 계산해 주셔서 감사하고, 웃어주셔서 감사하고, 화장실을 깨끗하게 사용해 주셔서 감사하고, 나의 감사인사를 받아주셔서 감사하다. 감사한 이유를 찾고 또 찾아서 감사한 마음을 항상 지니고 다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열심히 하기 시작한 것은 '고이케 히로시'의 『2억 빚을 진 내게 우주님이 가르쳐준 운이 풀리는 말버릇』이라는 책을 읽고 난 이후부터였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에는 몸과 마음에 쌓여 있던 부정적인 에너지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꾸어주는 힘이 있다.-

-'감사합니다'를 하루에 500번 말한다.-


 아이들이 읽어도 될 정도로 굉장히 쉽고 재미있게 풀어쓴 책인데 부정적인 마인드를 긍정적으로 바꿔야 할 이유를 알려주는 내용이었다. 그 밑바탕에는 감사가 있었고 말버릇이 중요하다고 했다. '감사합니다'를 하루에  500번 말하면 된다는데 별로 어렵지 않은 미션 같아서 바로 실천해 보았다. 그런데 감사 인사를 할 대상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매장에 손님이 많이 찾아주셔야 한 번이라도 더 인사를 할 텐데 고작 몇 십 명밖에 되지 않는 손님께 빠짐없이 인사를 한다고 해도 하루에 백번도 못할 상황이었다. 그래서 손님 한분께 두 번씩 감사의 인사를 드려도 보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생각날 때마다 외쳤다. 그렇게 해서 겨우 하루에 백번 인사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오백번을 채우라고 하니 매장 안에서는 턱도 없이 부족해서 매장 밖으로 나가서 인사를 하러 다녔고 장을 볼 때도 열심히 인사를 했다. 틈나는 대로 인사하고 마음속으로도 인사하고 시도 때도 없이 계속 감사 인사를 드렸다. 그랬더니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입에 착 달라붙어서 나도 모르게 툭툭 튀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습관은 정말 무서운 것 같다.


다양한 반응으로 나의 인사를 받아주시는 손님들이 여럿 계셨다.

 "아이고, 인사를 참 열심히 하시네요."

 "네, 감사합니다."

 "왜 감사해요? 맛있게 먹은 제가 더 감사하죠. 정말 잘 먹었습니다."

 

 꾸준히 감사 인사를 한 이후에 어떤 일이 생겼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하루에 약 오백번의 감사인사를 몇 개월째 한 결과, 나의 마음이 많이 풍족해졌고 긍정적인 생각들이 서서히 자리 잡는 것이 느껴졌다. 장사가 잘 되지 않아도 기분이 울적하지 않았다. 적은 손님이었지만 한 분, 한 분을 만족시켜 드렸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느껴졌다. 매일 이렇게 감사한 마음으로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 기대감이 좋아서, 그런 기분이 좋아서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열심히 '감사합니다'를 외치고 다닌다.


 '김주수'님의『베풂의 법칙』책 내용으로 감사에 대한 이야기를 매듭지어 본다.

-자식이 감사하면 부모가 기쁠 것이고, 배우는 이가 감사하면 스승이 기쁠 것이고, 상사가 감사하면 직원이 기쁠 것이고, 남편이 감사하면 아내가 기쁠 것이고, 받는 이가 감사하면 주는 이가 기쁠 것이고, 서로에게 감사하면 만남이 기쁠 것이고, 범사에 감사하면 일상이 기쁠 것이고, 사람이 만물에 감사하면 천지자연이 기쁠 것이고, 삶에 늘 감사하면 인생이 늘 기쁠 것이네.-


 두 번째로 "실례합니다"라는 말은 손님께 최소 한 번은 꼭 드리는 인사말이다.


 식당은 음식을 팔고 있지만 나는 공간을 판다고 생각한다. 나의 가게라 하더라도 손님이 앉는 순간 그 자리는 내 가게가 아닌 손님의 전용 공간으로 변신한다. 그래서 손님 테이블에 다가갈 때 항상 가상의 문이 있다고 상상하며 "실례합니다."라는 인사말을 꼭 붙인다. 그런 뒤 조금 더 다가가 물을 놓거나 반찬을 놓거나 메인음식을 놓는다. 그 이후에는 더 이상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거나 부르지 않으면 손님의 공간을 함부로 침범하지 않는다. 이것이 암묵적인 예의라고 생각한다.

 나의 지인이 식사를 하러 오더라도 함부로 그 자리에 앉지 않는다. 서서 대화를 몇 마디 나눈 후 함께 온 일행과 소중한 시간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자리를 떠난다. 함께 앉아서 수다를 떨거나 함께 술을 마시는 행위는 지양하는 편이다. 사장은 근무시간에 일을 해야 한다. 근무시간이 끝난 후 합석하면 된다.

 

 바쁜 시간이 끝나고 몇 팀이 남아 있지 않았을 때 설거지 된 그릇들이 주방에서 나오기 시작한다. 손님이 앉아 계시는 테이블에 수저집과 물컵, 물티슈를 채워 넣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꾹 참았다가 손님이 계산을 하고 매장을 떠난 뒤에 정리정돈을 한다. 나의 할 일을 빨리 끝내고 싶어도 손님의 전용 공간을 함부로 침범하는 행동은 마지막까지도 주의한다.


 항상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내가 대접받고 싶은 만큼 상대를 대하면 된다.

 신기하게도 내가 한만큼 그대로 돌아온다. 좋은 일을 했으면 좋은 것으로, 나쁜 일을 했으면 나쁜 것으로.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바로는 내가 한만큼 반드시 돌아왔다. 마치 세상이 정해놓은 이치 같다. 그래서 말과 행동과 생각은 항상 깨끗하게 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계속 깨끗하고 좋은 곳으로 인도해 주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마지막 세 번째로 "죄송합니다"라는 말은 필요시 꼭 해야 하는 인사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내가 한 실수가 아니라도 억울하게 내 잘못이 되는 경우도 있다.

 머리카락이 긴 여성 손님이 계셨는데 반찬을 놓을 때 테이블 위에 머리카락이 한올 보였다.

 '손님의 머리카락이 빠져서 테이블에 떨어졌나 보다.'

라고 생각했다.

찌개를 드렸다. 몇 초 후에 나를 부르신다. 찌개 안에 머리카락이 들어갔다고 하셨다.

 "죄송합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최대한 빨리 다시 끓여 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손님의 머리카락 같았지만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과 인사를 드리고 뚝배기를 들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머리카락을 보며 주방팀과 다 같이 분석을 했다. 염색된 긴 머리카락이었는데 나도 직원분들도 염색하지 않았다. 손님은 염색을 하셨다. 손님의 머리카락이 빠져서 뚝배기에 들어갔고, 찌개를 드시려고 하는데 머리카락이 바로 눈에 띄어서 나를 부르신 것으로 추정되었다. 남편은 그래도 다시 끓여 드리는 게 맞다고 했다. 다시 끓인 찌개를 손님께 드리며

 "정가한 직원들 중에 염색한 사람이 없어서 저희 머리카락은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머리카락이 나왔으니 다시 끓여 드렸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손님은 눈치를 채신 듯했다. 잘 드시고 잘 계산하시고 가셨다.


 손님이 많아서 음식이 늦어지는 경우에는 손님들도 어느 정도 이해를 하신다. 그러나 너무 늦어지면 화가 날 수 있다.

 주문 오류로 주방에서 음식이 나오지 않으면 화가 날 수 있다.

 먼저 주문한 곳에 음식을 드려야 하는데 늦게 주문한 곳에 먼저 음식을 드리는 경우 화가 날 수 있다.

 "죄송합니다."

무조건 죄송하다는 인사를 드려야 한다. 회사원들은 점심시간이 짧기 때문에 빨리 식사를 해야 쉬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럼에도 특정 시간에 몰리는 우리 가게를 찾아주셨으니 늦어진다면 성심성의껏 죄송한 마음을 표현해야 한다. 메러비언의 법칙으로.

 "시원한 음료 드시면서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최대한 빨리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2차 대처까지 추가하면 화를 내시는 손님은 거의 없다.

 "네~네~ 천천히 주셔도 돼요. 우리는 음료 마시고 기다릴게요."

하고 웃으시며 너스레를 보이는 손님도 계셨다.

  잘못을 하면 사과를 해야 하고 실수를 해도 사과를 해야 하고 내 잘못이 아니더라도 식당의 실수이니 홀에서 대표로 사과를 해야 한다. 주방에서 정말 큰 실수가 있는 경우에는 주방에 있던 남편이 홀로 나와서 사과를 드리면 분위기가 온화해진다. 사과 뒤 최대한 빨리 문제를 해결하면 끝이다.


 이렇듯 사과는 방패의 역할을 한다. 방패를 잘 사용하면 나의 감정이 요동치지 않아서 어느 누구에게나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 사과는 연습이 필요하다. 쉽게 나오지 않는 말이다. 사과를 하지 않아서 싸우는 경우가 정말 많다. 손님도 사장도 서로 피곤한 일이다. 큰 일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사과를 잘해야 한다. 선 사과를 한 뒤 자초지종을 설명하거나, 정중하게 반박을 하면 이해 못 하는 손님도 없다. 사장이 정말 잘못했다면 변명과 핑계를 곱게 접어 하늘 위로 날려버려라. 본질은 묻히고 또 다른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


 사실이더라도, 억울하더라도, 사과하고 인정하는 것이 결국 나를 성장시키는 일이다.


이렇게 3가지 인사를 꾸준하게 잘했더니 인생이 달라졌다.

긍정적으로 변했고, 배려심이 많아졌고, 마음이 성숙한 어른이 된 기분이다.


하루 만 변한 것 아니다.

대가를 바라고 인사한 것도 아니다.

흥부가 대가 없이 제비의 다리를 고쳐 준 것처럼 나를 바라보는 손님의 입장 생각하며 실천했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정가한에는 진상손님이 없다. 모두 젠틀맨, 젠틀우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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