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나, 문 : 희

by 변덕텐트

나, 문 : 희

23시 59분이 지나고 오늘하루도 닫혔다
다시 새로운 모든 것들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우리가 우리에게 시작이고 끝이던 시절이 있었다
시간은 시간에 묻혀
이제 나는 혼자서도 문을 잘 열고 닫을 수 있다

문이 어떻게 되었을까 묻지 않는 세상에서
마지막까지 문을 노래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일은
문을 능욕하는 일이다. 미련한 일.

두 팔을 뻗고 문을 잡아보자
기억 속을 더듬으면 하나 두어개 정도 건져지는
끼긱끽-하고 쓸리는 아름다운 마찰음같은 것이 있었다고
그 문은 정말로 아름다웠다고
말해보자

한때 문이었던 문의 자리에서
깊은 한숨으로 묵념을 하고
그 문을 닫았다
이제 앞으로의 순간들은
문에 기대어 맞설 수 없다
다만 문을 노래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겠다고
글을 쓸 수는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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