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30
그래, 우리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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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히 많은 일들이 지나갔다.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모두 바쁜 삶을 살고 있지만
저마다 제각각인 하루.
나에게 있어 10월의 날들은 꽤나 위태로웠다.
새롭고 두려운 많은 경험들, 그래서 감사하지만 너무도 바쁘게 지나가는 하루하루가 지치고 원망스럽다던가
외롭게 밀려오는 무기력함들과 매 순간 다퉈야했던 내 이면 속의 이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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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라고 할 수도 있을 법한 많은 하루하루 속 나의 삶
결국 계획했던 10월의 모습은 지켜진 것이 하나 없고 닮아가는 몸과 마음은 이 계절의 방향성과 닮아있었다.
형형색색으로 가득 채웠던 단풍나무는 곧 앙상하게 남을 시기가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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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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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적이기만 했던, 예상하지 못한 경험들로부터
나는 큰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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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가 우연한 때에 우연한 계기로 우연하게 만난 선배 동기 후배들과의 소박한 이야기로
죽치고 카페에 앉아 공부하다 말고 재잘거렸던 날들
원래 전혀 참여하지 않으려 했던 토브 바자회 때 동기들이랑 미친 척하며 물건들을 팔았던 일
대책없이 뒤늦게 들어간 렛츠에서 외부 채플을 준비하며 처음 느꼈던 공동체 바깥의 공동체란 존재
그 밖에도 봉사나 조별과제, 엘림, 축구, 혹은 막차를 타고 통학을 했을 때 등등의 크고 작은 일들로 하여금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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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플 콘티 중에 '그래, 우리 함께'라는 노래가 있었다.
예전 무한도전 가요제가 한창일 때, 멤버들이 모두 이 노래를 불렀었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좋은 노래였음에도 잊고 지낸지 오래였다.
영생고등학교 아이들에게 괜찮다고, 잘해왔다고 위로의 메세지를 건네는 노래였는데
노래를 곱씹다가 그만 내가 위로를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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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걷는 이 길이 막막하지만 천천히 도착해도 된다고, 느리게 걷자는 노래의 가사는
치이고 치이며 헤매던 불안한 마음을 달래줬고
시원한 바람 불어오면 '우리' 좋은 얘기를 나누자고 시간을 함께 걷자는 노래의 가사는
혼자라고 생각했던 나의 일들이 사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함께 해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괜찮다고 잘해왔다고. 길 떠나 헤매는 오늘은 흔적이 될 거라고 말하며
실패라고 생각했던 내 하루하루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알게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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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디에 서있는지 잘 모를 때가 있다.
한없이 무너지고 막막하기만 하고. 혼자 같아 슬프기도 하고.
솔직히 맞는 곳에 잘 버티고 있는지 헷갈린다. 두렵다.
그래도 괜찮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들을 의심하지 말자.
잘못 든 길이 때론 지도를 만든다.
당장 내일 늦잠을 자고 지각을 하고 버스를 제 시간에 못 타더라도,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과연 맞는 것인가 확신이 들지 않더라도
우리는 '함께' 이다.
혼자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라는 사실.
그것이
가슴 벅차게 한다.
나도 누군가에게 '함께' 일수 있다는 것이 오늘만큼은 많이 행복하다.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아가서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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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그래, 우리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