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역

1. 에필로그 : 약수와 아키비스트와 동방학사

by 변덕텐트



1. 에필로그 : 약수와 아키비스트와 동방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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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다 만 것이 죄다 당신의 이야기라 녹아내리는 손을 차마 주워 담을 수가 없었다.




아키비스트들은 모두 죽었다. 상당히 괴로운 표정을 유지한 채로, 서서히 질식하며 죽어갔단다. 그 해 우리였던 너와 나, 나와 너, 서로의 유산이었던 당신과의 수줍은 춤사위들은 조각난 달빛 아래, 차디차게 쓰라린 시냇가 야수(夜水) 속에 흘러 흘러가다 죽은 자들의 고향, 깊은 쓰레기더미 속으로 잘게 부서지며 사라져갔다.




때론 지그시 퍼져 흐르는 타인의 미소가 부럽기도 했다. 차고 쓰디쓴 골목길 어귀서 웅크려 흐느끼고 있으면 은은하게 온 동네를 퍼뜨리는 저이들의 집밥 냄새가, 웃음으로 가득해서 도저히 넘칠 구석 하나도 존재하지 않던 그곳에서의 풍경이, 콩고물 하나 떨어질 것 같지 않은 찬란한 도시의 골목길에서, 하염없이 피어올랐다.




향 같이 피어나는 골목의 집밥 냄새는 도로 위의 장례식을 한층 고취 시키고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 쭈그려 앉아 상당히 오랜 시간을 묵도하는 중이었다. 다양한 기도문을 상상하며 읊조리는 중이었다. 그런 생각이 든 것은 아마 그때쯤이었을 것이다.

신의 계시처럼 선대 아키비스트의 묵시 하나가 내 뇌리에 스쳤다. ‘다행히도 이제 겨울 아닌가. 이제부턴 세상의 반이 하얄 테니 검은 선만으로도 훌륭한 형상을 그려낼 수 있을 것이네’




‘가난에 슬피 울고 나약하니 나는 이제 죽은 아키비스트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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