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역

2. 약수 : 밭을 창조하는 일은 콘크리트에서 이루어진다.

by 변덕텐트




2. 약수 : 밭을 창조하는 일은 콘크리트에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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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 들어가는 것은 겨울의 쓰리게 얼어붙은 강물을 발바닥의 감촉 하나만으로 의지하는 것과 같았다. 벌거벗은 나의 발 하나가 저 긴긴 강줄기를 따라 따갑게 솟은 얼음 밭을 걷는다. 이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얼음물은 마참내 꽃을 피워냈다. 나는 따라서 나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이 세계의 흙이다, 이것은 금방 형상을 잃고 사라지는 이 세계의 채소이다….





나는 그즈음에 거리로 나왔다.
골목길에 피어 흐르는 냄새들이 역겨운 체취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곤 터벅터벅 아래로, 밑으로 향했다. 그렇게 여러 시간을 거닐다 보면 사거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사거리로 내려가는 길목에서 한 걸음 한걸음에 힘을 세게 실어서 그 밭을 느껴보기로 했다. 이곳의 온도는 낯선 것이 아니었으나 창조자의 마음으로 다가서니 혼란스러울 정도로 내게 익숙지 않게 다가왔다.
900걸음. 70,000여 센티미터, 10분, 내리막길 하나. 그리고 다른 세계의 오르막길.




나는 여러 씨앗을 심었다. 그 거리를 들숨과 날숨으로만 느껴보기도 했다. 때론 4분 30초의 음악 두 곡으로, 또 어느 날은 6분 25초 노래의 일과 삼분의 일의 소리로만 길을 올랐다 내려오기도 하였고,
도로와 인도를 번갈아 이동해보기도 했다. 전속력으로 질주도 했고, 자전거 바퀴의 굴러감을 이용하여, 어떤 때는 외줄타기하듯 알코올의 비틀거림만을 의지하며 향해보기도 했다.




수도 없고 겨를도 없이 흘러간 시간 동안, 아키비스트의 발은 낯섦과 얼어붙어 심한 동상에 걸려버렸다. 다양한 붓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여파는 마음 한 곳에 괴저를 낳았다.
아키비스트는 알아차릴 겨를도 없이 걷다가 걸었고, 걸어오다가 걸을 뿐이었다.
그것이 아키비스트가 밭을 창조하는 일이었고 그 거사는 콘크리트 더미에서 행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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