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역

3. 약수 : 거기 있는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by 변덕텐트



3. 약수 : 거기 있는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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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지를 받고 굉장히 뜬금없다고 생각하셨겠지만은, 이 작은 몇 글자가 온전케 당신께 전달되길 간절히 희망합니다.

저는 지금 당신과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와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나를 보며 당신은 어떠한 생각을 했을까요…. 차마 고개를 들 용기가 나지 않고 그래서 나는 참으로 무책임하게 이 글로써 당신께 용서를 구하고자 합니다.












나는 조금 더 성장하기 위해 당신의 품을 벗어났습니다. 내가 아주 어렸을 시절부터 당신은 그곳에 계셨으니 어언 17년 정도가 되었겠네요… 우리가 함께 바라본 시간이 벌써 그렇게나 오래 흘렀답니다. 먼발치에서 나를 항상 보듬어 주시곤 했지요, 나의 전부를요.









그러나 나는 이제 이별하는 법을 준비해야 했답니다. 내가 당신과 함께 있으면 나는 따뜻했고, 포근했고, 힘이 되곤 했지만, 당신이 당신의 당신에게 그러했듯 나도 당신과 함께할 날이 그렇게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나는 사실 아주 잘 알고 있지요.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듯이 산 사람은 살아야 하는 것이고, 우리의 삶은 생각보다 그리 오랫동안 이어지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나는 이 길을 뛰쳐나왔답니다. 비겁하게. 비열하게.

그렇지만 나는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이별을 배우기 위해서는 그리워하는 법을 먼저 배워야만 했으니까요.









당신에게 등을 보이고 뛰쳐나왔을 때 오 나는 정말 며칠 몇 날 밤을 그 상태로 울었답니다. 너무나도 슬퍼 흐느꼈지만, 나에겐 너무나도 많이 남은 길들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 모든 길들을 묵묵하게 걸어오셨다니 그 아픈 생각이 한 번 더 나를 슬프게 채찍질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내가 가야 할 길이 첩첩산중입니다. 내심 기대도 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여정의 끝엔 다시 당신의 품이 있기를 나는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이제는 어쩌면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나는 반드시 당신처럼 품을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저와 다시 만나게 되는 날엔, 오랜만에 당신의 이름을 당신의 그 품에서 말하게 해주세요. 나는 더 굳건해져서 돌아오겠습니다. 각자 남은 서로의 여정 속에 언제나 평안과 화평이 함께 하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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