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부리

by 변덕텐트


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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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유류가 조류를 갈망하고 있다.
부리를 단 사람들.
걸러져 나온 언어들은 몽땅 응어리 진 투정 같은거다.

손톱으로 울부짖으며 벽에 새긴 그림은
대신 피눈물을 흘리고.
억겹의 가면으로 세상 밖에서 휘청거리는데
나는 새의 입을 닮은 것인지
사람의 부리를 닮은 것인지, 투명하지 않다.

알아내기 위해선 다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의 수명은 그러나,
이제 머지않아 종료되기에
보험 따위는 들지 못한 설움.

가난한 부리는 그닥 단단해 보이지 않는다.

그런 부리를 단 어쩔 수 없는 사람들은
한없이 나약한 콘크리트 벽에서 머리를 띵, 똥, 띵똥
박으며 굶으며 갈증 속을 비벼댄다.
갈려지는 것은 그 사람들의 부리 가장 깊숙한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