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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덕텐트 Aug 01. 2022

발 견(見)

7월을 돌아보며





발 견(見)

나의 7월은 '발'과 함께 아둥바둥 살아낸 달이었다.

운동으로 호강해보겠다고 덤벼들다가 발가락이 골절되었고, 나는 한 달간 깁스 신세를 져야만 했다.



[7월 초]

사실 감당 어려울 정도로 정신 없는 회사 생활을 무기력하게 이어나가면서 지쳐있었고, 시기적절하게 하필 내 발가락도 지쳐 부러져버렸다.

7월 초, 발가락이 골절되지 않았으면 내 삶이 골절되었을 수도 있었을라나

요 몇 달, 내가 나눴던 나눔과 기도제목들은 무기력한 내 삶과 지친 마음의 건강과 몸의 건강 모두 회복했으면 좋겠다는 단 하나의 바램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발가락을 다쳐 깁스를 하였고, 내 마음도 여러 겹 붕대를 덧대었다.

오히려 아프고, 고정되어 버리니까 아픈 것도 모르고 지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아픔은 여전히 내게 아픔이었지만, 한동안은 인지하지 못했던 '무소식'이었다.



[7월 중순]

아픈 것이 나으면 좋겠으니까, 연고가 발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치니까, 더 빨리 나아 건강하게 운동도 하고 싶고,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괜히 남의 떡이 커보이고 절뚝이며 일에 치여 사는 내 삶이 너무도 초라해보였다. 왜 나는 나을 수 없지? 빨리 낫고 싶다, 라는 생각에 얽매여서 망망대해에서 연고를 찾았다.

7월 중순을 살아가던 나는 그런 건강하지 못한 내 삶과 상처에 연고를 하나하나 발라가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7월 말]

어떠한 아픔도 시간 앞에서 무뎌지기 마련이다.

월말을 살다가 7월을 마치게 되면서 나는 종종,

단순히 연고가 내 상처에 발라지기를 기다리기보단

그 연고가 내 상처에 도포되기 전까지 무수한 품이 들어가야하듯

그 일련의 노력들을 내가 직접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작정 상처가 낫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닌, 내 상처가 나을 때까지 직접 치료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희망하기 시작했다.

열정적이지 못한 마음으로 살아가는데, 참 희망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처럼 보인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잃어버린 나는

7월을 보내고 또 다른 달을 맞이했다.

한 해 중 또 하나의 달을 보내면서

돌아보고, 그려보고, 살아내본다.

분명히 삶을 잘 살아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겠으나,

어찌되든 나는 그 어려운 삶 위에 놓여져 있고

그 삶을 아둥바둥 살아내간다는 것이다.

출장 중 '형준아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싶니'라고 여쭤보신 팀장님 덕분에 문득 잊고 있던 나의 모토가 생각났다.

꽃이 아닌, 꽃을 아름답게 해주는 '향기'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지난 날의 나.

은은한 향기를 만들기 위해선 정말 수많은 노력과 연구가 필요한 것 같다.

잠시 까먹고 있던 나의 목표를 상기했으니

이제 또 어영부영 나아가야지



7월의 마지막 날.

한 달 내내 차고 있던 오른쪽 깁스 신발을 벗어버리고,

마침내 신발로 갈아신었다.

한 발 한 발 어색하게 내딛는 그 순간

한동안 잊고 있던 신발의 감사함과 편안함이 밀려왔다.

어쨌든 지탱하고 있다는 것은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

7월은 '발'이었다.

그것이 시 '발'이 될수도, 끝'발'이 될수도 있다.

7월은 정말 끔찍한 그런 한 달이었지만,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이제는 생각한다.

나는 '나'를 

'발'견 할 수 있었던

그런 한 달이었다.

이제는

재활(再活)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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