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피어날 준비

by 변덕텐트




잠시 멈춰야 할 시간들이 있다. 애써 모른 척해왔던 피로가 어느새 몸과 마음을 잠식해버리고, 생각은 복잡해지고 감정은 뒤엉킨 채로 스스로를 다잡을 여유조차 사라질 때. 그럴 땐, 아무 말 없이 나를 벗어나 잠시 다른 곳에 머무는 여행이 필요하다.



최근 나는 그런 시간을 보냈다. 무엇이 망가졌는지조차 알기 어려울 정도로 흐릿했던 순간들 속에서, 단지 ‘조금 멀어지자’는 마음 하나로 떠난 여행. 그곳에서 나는 아주 조금씩 나를 되찾기 시작했다. 낯선 공기, 새로운 풍경, 예상치 못한 여유들이 굳어 있던 감정을 풀어주었고, 어깨를 짓누르던 무게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돌아오니, 어느새 시간은 흘러 있었다. 1/4분기는 지나갔고, 3월도 끝자락에 다다랐으며, 봄은 조용히 우리의 곁에 와 있었다. 내가 잠시 멈춰 선 사이, 계절은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해낸 것이다. 그런 자연의 흐름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나도 다시 피어날 준비를 해야겠구나."



아직은 모든 게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머릿속에는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계획들과 어중간한 감정들이 뒤엉켜 있다. 뭔가를 시작해야 할 것 같은 마음과 아직은 여전히 머뭇거리는 마음이 동시에 나를 붙잡는다. 그래도 이제는 알고 있다. 모든 시작이 명확하게 보일 필요는 없다는 걸. 중요한 건 일단 한 걸음 내딛는 것, 아주 작은 실천을 통해서 감각을 되살리는 것, 거기서부터 다시 피어날 수 있다는 걸.



봄은 모든 것을 순식간에 꽃피우지 않는다. 서서히, 그러나 분명히 땅을 데우고, 씨앗을 깨우고, 조심스럽게 싹을 틔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단번에 회복되고, 갑자기 활기를 되찾는 일은 없다. 다만 내 안의 온도를 다시 높이고, 삶에 대한 의지를 조금씩 되살리는 과정이 있을 뿐이다.



지금 이 시기가 바로 그런 시간이다. 휴식의 의미를 되새기고, 내가 무너졌던 이유를 조용히 돌아보며, 조금 더 건강한 방식으로 다시 살아가려는 마음을 품는 계절. 아직은 무엇이 될지 모르지만, 나도 이 봄과 함께 서서히 피어날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욕심내지 않고, 그저 지금을, 오늘의 마음을 서서히 받아들인다.


다시 피어날 준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