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영화 <파묘>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
<파묘>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여러 명의 친구들과 함께 봤어요. 밖에서 놀다 즉흥적으로 보게 되었기 때문에 저는 이 영화에 대해선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었습니다. 이미 한번 보았다는 친구, 그리고 회사 동료에게 돌이킬 수 없는 스포를 당해버렸다는 친구. 저에게만큼은 스포를 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굳은 배려로 그야말로 아무것도 모른 채,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어떤 전개인지, 어떤 주제인지조차 몰랐습니다.
단, 한 가지는 알고 있었습니다. 무당 역할로 나오는 김고은 배우가 굿 연기를 "잘" 했다는 것. <김고은이 굿하는 장면이 최고의 장면이다>, <저러다 뭔 일 날까 걱정될 정도>였다, 시사회에 온 무속인들이 칭찬할 정도였다, 동료 배우들이 <투잡 뛰는 거 아니냐>고 의심했다―는 내용이 들썩이는 인터넷의 관심거리였고, 영화를 둘러싼 주요 마케팅 버즈였기 때문이죠. 그것은 모두를 궁금하게 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김고은 배우가 무당 연기를 어떻게 하는지.
영화가 끝나고 관객들이 말했습니다. 굿 장면이 재밌었다고. 대살굿 장면이 시작하자 기대감이 생겼고, '오, 김고은이라는 배우가 굿을 저렇게 연기했구나'라는 시선으로 바라보니, 궁금했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받듯 재미있었던 것입니다. 그 장면을 김고은 배우의 연기로 보지 않은 친구가 없었습니다.
화림이라는 무당은 그래서 생명을 잃었습니다. 젊은 무당이, 만류에도 불구하고 파묘 자리에서 대살굿을 감당하는 그 아슬아슬한 상황. 그리고 그 상황을 만든 화림의 대범함, 무속인으로서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심감일지 돈을 향한 마음일지 대살굿만큼이나 혼란한 인물 대신, <김고은 배우의 연기> 그 자체를 관람하게 한 스포일러의 범인은 누구였을까.
스크린 밖의 심사자 되어 연기력을 지켜본 종류의 관람으로 영화에 몰입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작품 <파묘>의 감상을 방해한 최대 스포일러는 한 배우가 직업인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또는 얼마나 잘했는지를 우선 다룬 미디어 앵글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열연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이라는 이름의 스포일러. 배우는 배역 뒤에 꽁꽁 숨어야 예술에 동참한다는 걸 잊은 영화 관계자들이 관객들의 감상을 spoil 망쳤습니다.
화림이 질투했을 것 같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빌려 스펙을 쌓은 배우를. 화림은 조금 자존심 상했을 것 같습니다. 화면이 충분히 강렬했는지, 어설프진 않았는지, 믿을만했는지에 초점을 따라 둔 관람평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