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초의 독립출판일기 #5 - 표지 디자인
직접 표지를 만들까? 전문가에게 맡길까?
이번 글에서는 그중 가장 중요한 표지 디자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요즘은 AI로 고퀄리티 이미지를 쉽게 만들 수 있지만, 여전히 AI스러움은 묻어나죠. 저도 AI로 표지를 만들어봤지만 고민 끝에 제가 찍은 사진을 택했습니다. 참고로 저는 완전한 디자인 전공은 아니지만, 어도비(Adobe) 디자인 툴은 다뤄 봤습니다. 오늘은 저 만의 표지 디자인 프로세스를 정리해 보려 합니다.
이 글은 전문가에게 디자인을 의뢰하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거예요. 디자이너와 상담할 때 원하는 컨셉과 이미지를 명확히 전달하면 의사소통이 매끄러워지고, 양질의 결과물을 빨리 얻을 수 있거든요. 참고로, 북커버 디자이너는 프리랜서 사이트나 출판계 커뮤니티에서 찾을 수 있고, 필요하시면 저나 제 주변 디자이너를 소개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약간의 홍보...)
원고를 쓰기 전에 만들었던 기획안을 다시 열어본다. 그다음 책의 목적과 컨셉, 구성을 다시 되새기자.
그래도 어렵다면, 내 책을 읽은 후 감동해서 문자를 보낼 사람을 떠올려보자. 그 사람이 좋아할 것 같은 요소가 뭔지, 어떤 시간에 내 책을 읽고 어떤 감정을 느꼈으면 하는지 상상해 보면 도움이 된다.
그래도 그래도 어렵다면, 내가 고객이라면 어떤 디자인에 눈이 갈지 상상해 보자.
① 책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명사와 동사, 형용사들을 종이와 메모장에 던져놓는다.
② AI를 이용해 단어별로 분류한다.
③ 그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형용사 키워드 3개를 뽑는다.
이 키워드들은 디자인을 끌고 가는 뼈대가 되어주었다.
내가 뽑은 키워드는 '자유로운, 희망찬, 따뜻한'
④ 가제 대신에 진짜 제목을 짓는다.
나의 경우 '초초의 여행일기'에서 '먼지로 태어난 김에'로 바뀌었다.
사람들의 이목도 집중시키기 위해 부제에는 '10년의 여행일기'를 넣었다.
+) 제목을 정할 때 도움 되는 질문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내 책에 나오는 딱 한 마디만 할 수 있다면?
앞서 단어들을 나열해서 디자인 키워드를 뽑아낸 것처럼. 이번엔 다양한 이미지를 수집해서 레퍼런스(참고) 이미지를 모아 디자인을 구체화하려 한다.
먼저 이미지 사이트에서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저장한다. 평소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이미 가지고 있는 사진이 많으면 자신의 사진 갤러리를 이용해도 된다. 이때 표지 디자인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얽매이지 말고, 일단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저장하자.
참고하면 좋은 이미지 사이트
Pinterest : https://www.pinterest.com
Behance : https://www.behance.net
Unsplash : https://unsplash.com
Pexels : https://www.pexels.com
이때 무료 이미지 사이트라도 상업용 저작권 규정은 각 사이트별로 다르니 잘 알아보시길! 나는 학생 때부터 핀터레스트가 익숙해서 주로 핀터레스트를 이용했다.
그중에 정말 내 글을 감싸는 표지가 되면 좋을 것 같은 이미지를 10~20장 정도로 추렸다. 앞서 키워드(형용사 3개)를 정하기 어려웠다면, 이미지 수집을 먼저 하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추린 이미지를 한 곳에 모아 볼 수 있게 아트보드를 만들었다. 파워포인트, 한글문서, 노션 등 각자 편한 툴을 쓰면 된다. 그다음 선택한 이미지를 나열하고 비슷한 것끼리 묶은 뒤, 어떤 느낌이 좋았고 왜 그런지 이유를 적어봤다. 그러면 어떤 느낌의 표지를 갖고 싶은지 명확해진다.
나는 노션을 사용해서 아래 사진처럼 아트보드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추상적인 느낌을 명료화하기 위해 이미지를 수집했다면, 레퍼런스 도서 수집은 인기 있는 표지의 유형과 레이아웃을 학습해 내 디자인에 적용하기 위함이다.
백문이 불여일권
백문이 불여일권. 내가 원하는 책을 백 번 상상하고 글로 써본다 해도, 비슷한 책 한 권을 직접 보는 게 훨씬 도움 된다. 표지뿐만 아니라 뒤에 다룰 종이와 내지 디자인 모두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하루 날 잡아서 표지용 아트보드를 만들었다. 나는 원고를 쓸 때부터 마음에 드는 표지를 발견하면 틈틈이 사진을 찍어뒀지만, 온라인 서점 (교보, 알라딘 등)에 모든 자료가 있으니 찍어둔 사진이 없어도 괜찮다. 자신과 비슷한 분야의 인기 도서부터 마음에 드는 표지는 일단 다운로드하자. 참고로 알라딘이 뒤표지까지 다운로드할 수 있어서 좋다!
표지 아트보드는 분석용이기 때문에 이미지 아트보드보다 디테일하게 만들어야 한다. 책 제목, 마음에 드는 이유, 별점, 실사인지 일러인지 여부 등을 써서 구분했다. 이번에도 파워포인트나 노션처럼 각자에게 편한 툴을 사용하면 된다.
책표지는 크게 실제사진, 일러스트, 텍스트만 있는 세 타입으로 나뉜다. 나는 여행에세이라 일러스트와 실사 중에 고민했지만, 표지도 내가 직접 디자인하고 싶어서 실사를 선택했다. 그림을 못 그리기 때문에...
이렇게 기존 표지를 분석하다 보면 내가 하고 싶은 디자인이 점점 구체화된다. 글씨 크기나 레이아웃을 정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된다.
분석을 끝낸 뒤에는 마음에 드는 표지만 모아 느낌만 볼 수 있게 따로 모았다. 마음에 드는 표지 순서대로 배치했고 디자인할 때 틈틈이 참고했다.
실제 눈으로 책표지를 보는 것도 중요해서 바닥에 구매한 책들을 펼쳐놓은채 작업을 했다. 이때 책의 판형을 디테일하게 설정하고 넘어가야 디자인을 진행할 수 있다. 크기의 비례에 따라 표지의 느낌이 천차 만별이기 때문!
일러스트느낌 나는 실사, 실사느낌 나는 일러스트 어딘가로 스타일을 정한 뒤. 핀터레스트 감성 나는 표지를 원했지만 저작권 문제로 AI로 이미지를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워낙 실시간으로 새로운 AI가 쏟아져 나오는 판이라 추천하는 게 의미가 있나 싶지만, 2025년 6월에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주로 사용한 AI는 다음과 같다.
① Image FX : https://labs.google/fx/tools/image-fx
② Recraft AI : https://www.recraft.ai/projects
위의 두 사이트는 이미지 전문 AI이고 무료지만, 크레딧 제한이 있거나 상업적 이용을 위해서는 유료 결제가 필요한 걸로 알고 있다.
두 가지 AI 외에는 ChatGPT와 Gemini로도 이미지를 만들었다. 요즘은 구글의 '나노 바나나'가 괜찮아서 많이들 사용한다고 한다.
- AI 표지 저작권
회사마다 규정이 다르지만, 유료 버전으로 생성한 이미지는 상업적 이용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책에 AI 생성 이미지라고 명기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자세한 사항은 각 AI 서비스의 이용 약관을 확인해 보길.
아래는 내가 AI로 만든 이미지에 간단한 포토샵(미리캔버스, 캔바)으로 제목을 얹어본 아트보드다. AI로 좋은 퀄리티를 만들려면 사용자가 똑똑해야 하는데, 내가 생각한 것보다 멍청해서 항상 아쉬움이 남았다. 아트보드 중간에 보면 이질감이 느껴지는지 아닌지 보기 위해 실제 책 표지도 껴넣었다.
후보 표지들을 목업사이트나 지피티를 이용해 빠르게 목업 해보자. 지피티도 요즘은 목업 퀄리티가 괜찮은데, 매번 같은 사양이 출력되는 건 아니고, 폰트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아래 목업 사이트를 추천한다.
- The 3D Book Cover Creator : https://diybookcovers.com/3Dmockups/#
아래는 아주 초창기에 만든 목업 이미지다. 지금 와서 보니까 창피하다... 아직 손글씨로 갈지 실사로 갈지 어쩔지 고민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결국 예쁘지만 어딘가 모르게 AI 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 돌고 돌아 내가 찍은 여행사진으로 결정했다. 몇 주를 책표지와 씨름하던 6월 어느 일요일 오전, 문득 생각난 여행사진. "엇, 이 사진 회전하고 좌우 반전해서 쓰면 되겠는데?" 그렇게 반나절만에 표지 완성...
학생 때도 밤을 새워서 여러 대안을 가져가면, 교수님이 선택한 건 결국 초기안이었는데, 내가 이럴 줄이야. 베테랑 디자이너가 아니고서는, 이런 똥꼬쇼 같은 과정을 거쳐야 흡족한 디자인이 나오는 것 같다. 전 세계를 돌고 돌아 여행해도 결국 집으로 돌아오는 것처럼, 이런 게 인생인가...
사진을 결정하고 나서는 그동안 표지를 분석하면서 쌓인 감각 덕에 레이아웃부터 폰트 스타일과 크기 등을 빠르게 결정했다. 좌측에서 우측으로 점점 발전된 최종본. 역시 내 디자인은 less is more다.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다. 사진은 6년 전에 횡단열차 안에서 찍은 풍경인데, 해당 사진을 180도 돌리고 좌우 반전해서 사용하니까 표지로 제격이었다. 그땐 몰랐겠지, 그 순간이 내 첫 에세이의 표지가 될 줄.
참고로 사진에 약간의 필터 그리고 글씨만 넣으면 되어서 포토샵 없이 인디자인으로 작업했다. 앞표지, 책등(세네카), 뒤표지까지 한 번에 작업하기 편하다. 인디자인 사용방법은 유튜브영상과 AI를 보고 따라 했는데, 다다음 챕터 내지 디자인 편에서 추천 영상과 인디자인을 저렴하게 이용하는 방법까지 기록해 보겠다.
표지 디자인이 완성되었다면, 일단 집에 있는 프린터나 프린트샵을 이용해 표지를 인쇄해 보자. (샘플북은 비싸니까...) 그리고 가장 비슷한 판형과 두께의 책위에 감싸면, 진짜 책이 완성된 기분이다. 이때부터 도파민이 터지기 시작! 종이나 인쇄방법을 상담받을 때 샘플 표지가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된다!
처음부터 여행사진으로 디자인했으면 하루 만에 끝날 일을 키워드 정리, 이미지 수집, 표지 분석, AI 활용 등 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네요. 그만큼 디자인은 어려운 영역인 것 같아요. 추상적인 개념을 시각화하면서 미감을 잃지 않아야 하니까요.
그러니 디자인에 자신도 없고 시간도 없다면, 전문가를 찾거나 AI 정도의 퀄리티면 충분하다 싶으면 AI를 활용하시길 추천할게요!
다음 글에서는 종이선택과 판형에 대해 기록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