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켓에서의 일상
‘디지털 노마드 부트캠프’에 초대받은 날, 나는 퇴사를 결심했다. 그리고 다음날 바로 푸켓행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디지털 노마드와 부트캠프가 생소한 이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디지털 노마드 : 디지털 유목민이라는 뜻으로 노트북과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부트캠프 : 원래 군대의 신병 훈련소를 의미하지만, 최근에는 단기간에 개발자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디지털 노마드 부트캠프’에는 특별한 훈련이나 교육이 없었기에, 사실 워케이션이라는 이름이 더 적절했을 것이다. 그러나 부트캠프가 입에 더 잘 감겼던 탓에 그냥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 푸켓에서의 일상은 이러했다. 낮에는 주로 호텔 내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일하고, 가끔은 노트북을 들고 일하기 좋은 카페에 갔다. 각자 일하다가 쉬고 싶을 때는 서로 모여 식사를 하거나 풀장에서 수영을 즐겼다. 3일에 한 번 정도는 시간을 맞춰 바다나 섬을 방문하며 여행을 즐기기도 했다.
푸켓에 모인 7명은 모두 유미와 앤톤의 친구들이었고, 다양한 국적과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이 캠프에 가장 늦게 합류한 사람은 나였다. 퇴사일을 앞당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에게 1주일 전에 퇴사한 ‘디지털 노마드’ 지망생 정도로 소개했다. 그들은 나에게 축하와 환영의 박수를 보냈다.
푸켓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는 이 호텔은 일반 관광객보다 장기 숙박객에게 인기가 많았다. 푸켓의 주요 관광지는 대부분 해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장기 숙박객이 많아서인지 호텔의 편의시설은 매우 좋았다. 성급이 높아도 구색만 갖춘 호텔이 많은데, 이곳은 레스토랑, 인피티니풀, 코워킹 스페이스, 헬스장이 모두 쾌적했다. 이 때문에 이용객의 대부분은 디지털 노마드나 장기 휴가를 온 가족단위의 서양인이었으며, 여기서 머무는 동안 한 번도 한국인을 보지 못했다.
가끔은 아침 7시에 친구를 따라 헬스장 갔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나에게는 휴양지에서의 특별한 하루였지만, 그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이었다. 평일에는 많은 사람들이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일했고, 주말엔 한산했다. 일찍 와서 일하는 사람도 있었고, 밤늦게까지 일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을 보며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삶이란 무엇일까 생각했다. 자국의 추운 겨울을 피해 따뜻한 나라로 온 사람들. 더운 공기와 푸른 야자수, 언제든 뛰어들 수 있는 시원한 바다와 인피니티풀. 한 끼 사 먹을 돈으로 두 끼 이상을 풍족하게 먹을 수 있는 삶. 옆에서 본 디지털 노마드의 하루는 생각보다 더 매력적이었다.
친구들이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일하는 동안 나는 글을 썼다. 현재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없었기 때문이다. 글을 쓰기 싫을 때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디자이너, 개발자, 프로젝트 매니저, 1인 창업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일을 하고 있었다. 10년 동안 같은 분야에서 일하고 공부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그들 옆에서 글을 쓰며 생각했다. 4년간의 회사생활의 끝이자 5년 만의 해외여행으로 푸켓에 오길 정말 잘했다고. 앞으로 이 행복이 얼마나 지속될지, 무얼 하며 살아갈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 이 자유가 믿을 수 없이 소중하고 감사한 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