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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코색담요 Jun 25. 2021

스스럼 없이 ‘꿈밍아웃’했던  H매니저

매달 매달 나만큼 많이 차이는 사람이 또 있을까?

11월에도 일주일 동안 내 대시에 응하지 않은 사람이 15명 정도다. 셀럽 인터뷰 기사를 맡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늘 상대에게 거절 당하는 괴로움을 맛보고 있다. 인터뷰이로 섭외한 이들은 언제나 바쁘고, 조심스럽다.


오늘도 어제까지 인터뷰 가능 여부를 답해주기로 한 유명 배우의 H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인터뷰가 성사되리란 기대감은 없었다. 약속한 날짜가 되어도 묵묵부답인 경우는 90프로 거절이기 때문. 그나마 이번에는 검토할 시간을 좀 더 달라는 말이 돌아와 일말의 희망이 생겼다. 그래도 안심하긴 일러 시무룩하게 통화를 끊으려는 찰나, 그는 뜻밖의 얘기를 꺼냈다.


“그 잡지사가 00극장 운영하던 곳이 맞나요?”

“네, 지금은 사옥을 옮겼지만 맞습니다.”

“그렇군요. 제가 예전에 그 극장을 종종 갔습니다. 어렸을 때 얘기지만 연극배우를 했거든요.”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사람이, 기껏 두 번의 전화 통화만 나눴을 뿐인 이의 ‘꿈밍아웃’에 적잖이 당황했다. 우리 회사를 추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무척 반가우면서도 갑작스레 초대 받은 사적인 대화에 얼마만큼 발을 들여놓아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새로운 만남이라면 지겨우리만큼 습관화되어 있음에도 오직 대면해야만 생기는 유대감이 스마트폰 너머로 꿈틀꿈틀 태공하는 상황이 낯설었다. 그러고보니 얼굴을 봐야 통하는 게 생긴다는 생각은 요즘같은 랜선시대에 맞지 않는 선입견일지 모른다.


꿈밍아웃을 시작으로 그는 지금 내려가 있는 광주에서의 출장 일정, 우리 잡지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 등의 여담을 친근하게 나누고는 통화를 마무리했다.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를 온전히 전하기란 의외로 쉽지 않다. 내게 있었던 일, 나의 의견과 감정을 말할 때는 여러 염려가 앞선다. 내 얘기를 듣는 시간을 낭비라고 생각하면 어쩌지? 괜한 얘기를 꺼내서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닐까? 저 사람에게 상처나 불쾌감을 주게 되진 않을까?

하지만 가끔은 아무 계산 없이 내 안의 감정과 생각을 전해볼 일이다. 진실하게 대한 사람이 누구나 내 편이 되는 건 아니지만, 공고한 인연의 끈은 모두 솔직함이라는 매듭의 끝에서 시작되고 맺음되기 때문이다.



여러 재료의 장단점을 조화시키는 과정이 재밌어요. 그 과정을 즐기다보면 가족도 개개인의 성향을 존중해야 화목해진다는 걸 되새기게 되요. 요리를 통해 인생 공부하는 기분이죠. 프로그램 덕에 메뉴를 자주 개발하는 요즘엔 더 그래요. 얼마 전 돼지 후지살 요리를 하면서도 내가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현실도 다른 모습으로 바뀌겠구나 생각했어요. 후지살은 육질이 질긴 부위인데 채를 썰어 김치와 볶아주니 오히려 쫄깃하고 정말 맛있었거든요.


저는 요리할 때 먹는 사람이 건강해졌으면 좋겠단 바람이 가장 커요. 정성이 음식 맛을 얼마나 크게 좌우하는데요. 파프리카찐빵을 만들 때도 위생장갑 꼈을 때보다 맨손으로 반죽했을 때 훨씬 맛있었던 거 있죠? 제 정성이 반죽에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일 거예요. 저만 즐거운 게 아니라 타인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고 싶은 마음은 연기할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한 개인에게 싫어하는 성향이 너무 많아지면 삶에 어떤 식으로든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시청자들에게도 사람에 대한 나쁜 편견을 심어주고 싶지 않아서 캐릭터의 좋은 이면을 연기를 통해 보여주려고 해요. 저 역시 실생활에서 ‘나랑 안 맞아’ 혹은 ‘나 저 사람 싫어’하고 단정 짓지 않고 장점을 인정하려고 애쓰는 편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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