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이 주는 힘을 믿는 사람이다.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아도 함께하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고, 오래도록 여러 번 찬찬히 되뇌어볼 수 있는, 글의 힘을 믿는다.
그런 내가, 아이가 글을 잘 읽고 쓰게 되자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아이의 수저통에 매일 쪽지를 남겨놓는 일
유치원에 도착해서 수저통을 열며, 아이는 어떤 표정으로 수저통에 붙은 내 쪽지를 읽을까. 아마 내가 알고 있는 그 환한 미소로, 조금은 쑥스러운 듯 쪽지를 읽겠지. 나와 함께 있진 않아도, 잠시나마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겠지. 그리고 집에 돌아와 나를 만나기 전까지 문득 생각나 행복하겠지.
예상대로 아이의 반응은 엄청났다. 유치원에서 엄마의 쪽지를 보고 너무 행복했어!라고 말해주는 아이. 엄마는 그거면 충분했다.
그런데 그날 밤, 아이가 내일은 어떤 가방을 들고 가냐고 물었다. 나는 영문도 모른 채, 평소에 자주 들고 가는 가방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다음날, 무심코 열어본 내 가방 안에는 노란 하트 쪽지로 가득하다. 겨우 쪽지 한 장만 붙였던 내가 머쓱할 정도로 가방 안은 쪽지로 가득하다. 흡사 연애편지라도 받은냥, 내 마음은 쿵쾅쿵쾅 거린다.
조심조심 쪽지를 꺼내어 하나씩 읽어본다. 그중 “엄마 빨리 왔으면 좋겠어. 몇 시에 와?”라는 아이의 쪽지에 출근도 안 한 이 밤에, 퇴근이 기다려진다.
내일도 쪽지를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