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좋아하는 아이들은 “언제” 책을 읽을까?

by 둥아리
가운데 아이가 우리 첫째. 첫째는 돌 전부터 책을 좋아했다.

요즘 책육아가 트렌드다. 보통 그런 책육아 모임이나 카페를 보면, 아이에게 하루에 언제 얼마나 책을 읽어줄지를 정한다. 물론 아직 습관이 잡히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효과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보다 먼저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책을 즐겁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
그리고 그다음에는 책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책이 즐거운 일이 된 아이들은, 언제 얼마나 책을 읽을지 정해주지 않아도 주도적으로, 자율적으로 책을 읽는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책을 읽는다의 의미는, 스스로 혼자 읽는 것과, 부모가 읽어주는 것 모두를 포함한다. 아래는 책이 일상이 된 우리 아이의 하루를 적어보았다.


1. 6:00 기상. 우리 아이는 일어나면 항상 책을 읽는다. 마치 내가 일어나면 시간이나 새로운 카톡을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을 보는 것과 같다.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면 핸드폰을 안 볼 수 없듯, 아이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읽는 책은 그때그때 다르다. 어젯밤에 읽다 잠든 책일 수도 있고, 요즘 관심 있는 주제의 책일 수도 있고, 정해져 있지는 않다.


2. 8:30 아침 식사 후 간식. 아이는 아침 식사 후 간식을 먹으며 책을 읽는다. 사실 우리 아이는 밥을 먹으며 책을 읽고 싶어 한다. 하지만 나는 독서습관만큼 식사습관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식사 중에는 책을 읽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식사를 하고 간식을 먹을 때는, 원하는 자리에서 원하는 책을 읽으며 먹을 수 있다.


3. 15:30 하원 후. 간식을 먹으며 책을 읽는다. 하원 후 우리 아이는 항상 간식을 먹는다. 그리고 아침과 마찬가지로 간식을 먹으며 책 읽는다. 내가 관찰한 바로는, 우리 아이는 간식을 먹으며 책 읽는 것을 참 좋아한다. 마치 우리 어른들이 커피나 빵을 먹으며 핸드폰을 만지는 것이 습관인 것처럼.


4. 18:00 저녁 식사 전,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보며 꼭 책을 읽는다. 아이는 화장실에 앉아 큰 일을 보면서도 꼭 책을 읽는다. 짧게는 30초, 길어야 5분 남짓 시간이지만, 아이는 화장실에 앉아 책을 읽는 시간을 참 좋아한다. 그리고 저녁 식사 전까지 수시로 오고 가며 책을 읽는다. 우리 집에는 안방, 거실, 서재, 놀이방, 심지어는 베란다까지 어디든 아이들의 책이 있다.


5. 19:30 저녁 목욕 후. 머리를 말리며 꼭 책을 읽는다. 아이는 목욕을 하고 머리를 말릴 때 꼭 책을 읽는다. 아이를 내 앞에 앉히고 아이의 젖은 머리를 말리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가져온 책을 읽는다. 아이가 책을 너무 집중해서 보는 바람에, 때때로 머리를 말리는 것이 어려워지기는 하지만 그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다.


6. 20:30 취침 전. 우리 아이는 항상 잠자리 독서를 한다. 자려고 눕기 전에 보통은 자신이 읽고 싶은 책 2-3권을 가져오는데, 아이가 둘이라 자기 전에만 5-6권을 읽어주는 셈이다. 잠자리에서는 항상 남편이나 내가 책을 읽어주는데, 부모의 따뜻한 목소리를 들으며 잠드는 순간은 독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지금까지 보여준 책을 읽는 순간들은 루틴으로 정착된 순간만을 제시한 것이고, 이외에도 우리 아이는 하루 중 굉장히 많은 시간을 책을 읽는다. 하지만 여기서 단 한순간도 아이에게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요한 시간은 없다. 책을 읽는 즐거운 일상이 된 아이는, 스스로 책을 읽는다. 자투리 시간에 읽기도 하고, 휴식이 필요할 때 읽기도 하고, 심심할 때 읽기도 한다. 나는 아이에게 책을 언제, 얼마나 읽어야 한다고 부모가 정해주는 순간, 아이는 독서를 하나의 과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이에게 새로운 분야의 책을 접하게 해주고 싶거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책을 읽는 습관을 들여주고 싶다면, 아이에게 그것을 과제로 부여해서는 안된다. 아이가 부담을 느끼거나 싫증 내지 않도록 아주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제시해야 한다.>


나는 아이의 책 읽는 모습을 참 좋아한다. 책을 많이 읽어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을 때 아이가 행복해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누가 시켜서 핸드폰을 하는 것이 아니듯, 아이들에게 독서는 즐거움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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