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교육 고민 해결 - 2
얼마 전 아이와 함께 동네에 새로 생긴 책방에 들렀다. 그렇게 우연히 들린 곳에서, 마침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들을 위해, ‘독서 교육 컨설팅’을 해준다기에 등 떠밀려 받게 되었다.
독서 교육 전문가라는 그분은 아이의 나이와 집에 있는 책 종류 등을 쭉 묻더니,
대뜸 몇 가지 책들을 당장 버리라고 했다.
(버리라던 책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도레미곰과 추피였다.) 아이들의 나이에 맞지 않는 책이라며, 그 책을 읽기에 늦어도 한참 늦었다는 것이다. 그런 책들을 읽고 있을 시간이 없다며, 당장 제 나이에 맞는 새로운 전집을 들여야 한다며 나를 재촉했다.
물론 제 나이에 맞는 새로운 책을 들이는 것에는 나도 찬성이다. 그러나 나는 왜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당장 버려야만 하는지 이해가 도통되지 않았다. 일명 엄마들 사이에서 ‘책 방출’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전집을 들이기 전에 시기가 지난 기존의 책을 버리는 이 행위가 반드시 필요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컨설팅을 해준 분에 의하면, 책 방출을 해야 하는 이유는 대략 두 가지이다. 첫째, 그런 수준이 낮은 책을 방출하지 않으면 아이가 쉬운 책만 보게 되며, 둘째, 새로운 책들을 읽을 시간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선 나는 일전에도 말했듯, 아이들의 책을 거의 버리지 않는 편이다. 정말 낡거나 아이들이 더 이상 보지 않는 책을 제외하고는 수준이 낮건 높건 그대로 둔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수준이 낮은 책만 보거나, 새로운 책을 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의 경험에 의하면, 아이들에게 친근한 책을 남겨둠으로써 책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책을 더욱 가까이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또한 같은 책도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받아들이는 내용의 폭과 깊이가 달라지므로, 아이들은 같은 책도 한 달 전에 읽을 때와 오늘 읽을 때가 다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책의 범위나 수준의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은 오히려 책을 대하는 포용력을 넓혀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우리 아이들은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는 성인책도 읽는다. 또한 백과사전만큼 두꺼운 책도 스스럼없이 읽는다. 동시에 돌 즈음의 아이들이 읽는 보드북 재질의 아주 쉬운 책도 읽는다.
영유아기 독서교육을 시작할 때 중요한 것은, 시기와 수준에 맞는 책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의 관심사와 흥미에 맞는 책을 제공하여 책 자체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그 책이 얼마나 쉽고 어렵고, 짧고 길고, 얇고 두꺼운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여전히 손바닥만 한 추피책과 성인용 자동차 책이 함께 꽂혀 있다. 또한 앞으로도 나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방출할 계획이 전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