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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아리 Dec 22. 2023

엄마는 내가 왜 좋아?

엄마는 그냥 너의 모든 모습이 좋아

잠들기 전 누워서 아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첫째가 평소에 마음속 이야기를 잘 안 하는 편이라 이때가 아니면 아이의 이야기를 들을 길이 없다.


그날 밤도 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아이에게 물었다.

“너희 유치원이 왜 그렇게 좋아?”

아이는 잠시 망설이더니 “그냥”이라고 말한다.


좀 더 구체적인 이유가 듣고 싶은 나머지 아이를 채근했다. “그냥이 어딨어. 밥이 맛있어서일 수도 있고, 선생님이 좋을 수도 있고, 수업이 재밌을 수도 있고,,”


아이는 나를 빤히 보더니 묻는다.

“엄마는 내가 왜 좋아?”


아이의 물음에 나는 머리가 띵하다. 잠시 머릿속으로 여러 이유를 만들어도 봤지만, 그냥 솔직하게 대답했다.


“엄마는 그냥 너라서 다 좋지.”
“그래. 원래 좋아하는 덴 이유가 없을 수 있어. 그런데 싫어하는데 분명히 이유가 있다? “


마치 꼬마철학자 같다. 좋아하는 것에는 이유가 없지만, 싫어하는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아이의 말에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아이에게 또다시 물었다.


“그럼 네가 가장 싫어하는 건 뭔데?”

“나… 모기?”

“싫어하는 분명한 이유는?”

“우리 피를 빨아먹잖아!”


이내 안도한다. 아마 어른인 내가 싫어하는 것과 이유를 들으면 놀랄 테지. 모기가 싫다는 너의 말에, 아이의 마음에 미움, 분노, 증오, 같은 것들은 가능한 천천히 생기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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