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이브, 아이들과 남편과 크리스마스 공연을 보러 근처 백화점에 갔다. 공연이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좀 남아 함께 돌아다니는데, 6살 된 첫째가 자신의 가방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낸다. 바로 현금 만원.
장난감 돈도 아니고 진짜 만원이었다! 아이에게 이 돈이 어디서 났냐고 물으니, 집에 있는 자신의 저금통에서 빼왔다고 말한다. 황당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서, 돈을 빼온 이유를 물었다.(속으로는 뭔가 사고 싶은 게 있구나 생각했던 것 같다.)
엄마 크리스마스 선물 사주고 싶어서!
며칠 전, 크리스마스 한참 전부터 산타할아버지에게 받을 크리스마스 선물에 들떠 있는 아이들에게 말했던 적이 있었다.
왜 산타할아버지는 어른들에게는 선물을 안 줄까? 엄마도 올해 착한 일 많이 했는데! 엄마도 선물 갖고 싶다! 부럽다 어린이들!
당시 첫째는 어른들까지 다 선물을 주기엔 산타할아버지가 힘들 것 같다며 나를 위로했었다. 그리고 그걸 기억한 아이는 꽤 소중히 모으던 저금통에서 거금 만원을 꺼내왔던 것이다.(돈의 단위를 아직 잘 모르는데 천 원이 아닌 만원을 꺼낸 것이 신기했다.)
그 고사리 같은 손에 쥐어진 만원을 보고 있자니, 당장 뭐라도 사야 할 것만 같았다.
주위를 둘러보다 화장품 가게로 가 선물 하나를 골랐다. 아이는 자신의 돈을 쑥스러운 듯 내며, 직원에게 화장품을 건네받는다. “엄마가 정말 갖고 싶던 건데 고마워!”라고 말하자 아이는 대뜸 “이건 내가 갖고 있다가 내일 크리스마스에 줄게.”라며 가져갔다.
그렇게 하루종일 아이의 작디작은 손에는 세상에서 가장 큰 나의 선물이 들려있었다.
가끔 아이가 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누군가를 진짜 사랑할 때와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도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면, 흘리듯 지나가는 사소함 말도 기억해 주고, 자신이 아끼는 것들을 기꺼이 내어주고, 그 사람이 행복한 모습을 보고 싶고, 받는 것뿐만 아니라 주는 행복을 느끼게 되니 말이다.
나는 올해 크리스마스에, 단 돈 만원으로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