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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아리 Jun 16. 2021

죄책감은 왜 늘 엄마의 몫인가

얼마 전 나는 브런치에 아이를 혼낸 후에 cctv를 보고 후회했다는 글을 올렸었다. 아이를 부당하게 혹은 과도하게 혼낸 경험에 대한 이야기. 이 글을 읽고 많은 엄마들은 공감했고 슬퍼했다. 처음에는 나의 글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그러나 이내 나는 내 글에 달린 많은 댓글을 보며, 결국 육아의 죄책감까지도 엄마의 몫이라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육아의 무게에 더해 죄책감의 무게까지 져야 하는 엄마의 삶이, 참 고단하게 느껴졌다. 


아이들은 감기에 자주 걸린다. 감기의 원인은 알기가 힘들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엄마의 실수로 감기에 걸린 것이 아님에도, 엄마는 미안하다. 감기에 걸린 아이의 짜증을 받아내면서도, 밤새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열을 잡느라 밤을 새우면서도, 엄마는 미안하다. 


아이가 다치기라도 하면 엄마의 죄책감은 억누를 길이 없다. 분명 엄마는 아이가 다치지 않기 위해 가장 최선을 다하는 사람임에도, 아이가 다치기라도 하면 가장 먼저 미안하다. 스스로도 자책하고 슬퍼하며, 주위에서도 은연중에 엄마의 부주의나 실수로 치부하고 책임을 전가한다. 


사실 엄마들은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잘하고 있다. 너무 일상적인 일이 되어버려 그것을 생색내는 것조차 어색하지만, 실제로 그렇다. 그럼에도 하루의 끝에는 늘 미안함과 죄책감이 남는다. 왜냐하면 엄마는 99개를 주어도 1개를 주지 못함에 미안해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를 위해 하루 종일 본인이 애쓴 것들은 이미 잊은 지 오래다. 오늘 아이에게 잘못하고 실수한 몇 가지만 머리에 맴돈다.


아이를 키우며 부당하게 혼내는 경험이 없을 수 있을까. 단언컨대 없을 것이다. 엄마도 엄마는 처음이라 실수를 한다. 또 엄마도 사람이라 잘못을 한다. 그래서 육아를 하다 보면 실수도 잘못도 하게 된다. 특히나 전담해서 혹은 독박으로 육아를 하다 보면 잘못과 실수의 빈도는 잦아진다. 육아의 죄책감을 가진 아빠를 본적이 드문 것이 이를 반증한다.(육아를 할 시간이 거의 없으니 실수도 죄책감도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나는 결코 엄마의 실수와 잘못을 변명하려는 것이 아니다. 실수나 잘못은 반성해야 마땅하다. 다만, 우리는 육아를 '하고' 있기에, 실수도 잘못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 아마도 99번을 잘해도 한 번의 실수가 며칠을, 몇 년을, 죄책감으로 따라다닐 엄마들에게 나는 우리는 지금껏 '잘해 왔고,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할 거라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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