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4살, 5살 연년생 남매를 키우고 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책을 참 좋아한다. 이렇게 말하면 보통은 그럼 책을 하루에 얼마나 읽는지 물어본다. 그러면 나는 말한다. '잘 모르겠어요.'
나는 책을 좋아한다는 것이 꼭 책을 많이 읽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루에 10권을 읽는다 한들, 아무 생각 없이, 억지로 읽는다면 책을 좋아한다 말할 수 있는가.
그럼에도 굳이 헤아려보라 한다면 대충 하루에 적어도 10권 이상은 읽는다. 물론 10권 안에는 짧은 책도 있고 긴 책도 있다. 중요한 것은 책을 시도 때도 없이 읽는다는 것이다. 일단 눈을 뜨면 책을 읽고, 놀다가도 책을 읽는다. 밖에서 놀다가 들어와서도 책을 읽고, 자기 전에도 책을 읽는다. 사실 그러니 굳이 책을 몇 권 읽었는지 셀 필요가 없다.
어떻게 해서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되었을까? 내가 생각하는 방법은,
첫 번째, 미디어를 최대한 늦게 노출하라.(tv, 핸드폰, 태블릿 등)
나는 부모들에게 묻고 싶다. TV가 재밌나요? 책이 재밌나요? 아마 대부분의 엄마 아빠들은 TV라 말할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책을 집필하는 사람인 나조차도, 재미있기로는 책이 TV를 넘어서기 힘들다. 일단 tv는 쉽고 자극적이다. 애써 읽을 필요도 없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화면은 또 얼마나 형형색색에, 순식간에 전환되는가.
그러므로 일단 tv나 핸드폰과 같은 미디어에 익숙해지면, 책이 재밌기는 힘들다.
그래서 나는 첫째는 36개월이 넘어서야 tv를 보여줬다. (물론 둘째는 오빠 때문에 좀 더 이르게 노출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미디어 노출을 미루고 미룬 이유는, 아이에게 책의 즐거움을 충분히 알게 한 뒤에, 책 이외의 또 다른 즐거움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36개월 동안 책을 읽고 생각하고 상상하는 즐거움을 충분히 느끼고 알게 된다면, TV의 자극적인 즐거움에만 빠지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로 현재 우리 아이들은 TV보다 책을 좋아한다. 아이들은 이미 엄마 아빠와 대화하며 책을 읽는 즐거움, 책을 읽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즐거움을 안다. 가만히 앉아 미디어가 주는 자극에만 마음과 몸을 맡기기에는, 이미 아이들은 더 고차원적인 즐거움을 알고 있다.
(물론 처음에는 TV는 하루에 30분씩 영어로 된 영상만 본다는 약속을 정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스스로 30분이 되기 전 TV를 끈다. 재미가 없어서.)
나는 비슷한 맥락으로 요즘 유행처럼 번지는 패드를 이용한 학습방법도 굉장히 회의적이다. 물론 분명 장점도 있을 것이다. 아이의 순간적인 호기심을 끌기 쉽고, 다양한 자극을 이용하여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그럼에도 나는 그러한 장점들이, 결코 미디어를 빨리 접함으로 인해서 생기는 단점을 넘어설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결국 영유아기의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고력을 기르는 일이고, 사고력은 독서에서 많은 부분 비롯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책의 즐거움을 충분히 알고 느끼고 경험하게 한 뒤에, 미디어를 노출해야 한다. 그래야만 자극적이고 순간적인 미디어의 즐거움에만 의존하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이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만드는 가장 첫 번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