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는 아이의 말에 숨겨진 뜻을 알아챘다. 이전에 다니던 어린이집에는 유독 자동차 장난감이 많았다. 그런데 새로 간 유치원에는 그리 많지 않아, 아이가 원하는 장난감을 사수하느라 꽤나 지치는 모양이었다. (어제도 모래놀이를 할 때 트럭이 3개밖에 없다고 강조했었다. 오늘은 담임선생님께서 블록 자동차 때문에 여자 아이와 약간의 트러블도 있었다고 전해 들었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내 돈으로 자동차를 사서 유치원에 가득 넣어주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될 일.
아이는 아마 앞으로도 여러 번 원하는 장난감을 뺏기고, 뺏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기다리고, 참고, 속상해하기도 하겠지. 그러다 자기 차례가 오면 또 얼마나 행복한 지도 충분히 느낄 것이다. 또 어쩌면 머지않아 친구와 함께 노는 법, 양보하는 법을 배우게 될지도 모른다.
이것들이 우리가 영유아기의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것들이다. 또한 아이들이 스스로 부딪혀 익혀야만 하는 힘과 능력이다.
그런데 얼마 전 '학습식 영어유치원'을 보내니 세상 속편 하다는 어떤 엄마를 보았다. 애초에 장난감이 없으니 싸울 일도 속상할 일도 없다며. 쓸데없는 데 힘 빼고 친구와 투닥거릴 일이 없다며. 아이도 스트레스받지 않아 오히려 좋아한다고.
이제 막 유치원에 입학한 5살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뺏기고, 뺏고, 또 나중엔 기다려도 보고, 참기도 하는 그런 경험을 하지 않는 것은 속편 할 일인가, 속상할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