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섯 군데의 영어유치원과 두 군데의 일반유치원에 방문 상담을 다녀왔다. 공교롭게도 다섯 군데의 영어유치원을 모두 다녀온 후에야 일반유치원에 상담을 갔는데, 처음 일반유치원에 들어갔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일반유치원에 보이는 알록달록한 놀잇감, 널찍한 교실, 시끌벅적한 아이들의 소리, 이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낯설었다. 지금껏 영어유치원을 돌아다니며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 것들이었다. 사실 유아교육기관에 마땅히 있어야 할 당연한 것들임에도, 나는 낯설어하고 있었다.
나는 두 기관을 모두 직접 방문한 덕분에, 영어유치원과 일반유치원의 차이점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차이점은 나에게 영어유치원 자체에 대한 회의감을 불러왔다. 그중에서도,내가 영어유치원을 다시금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교실 속 교사들의 모습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적어도 내가 둘러본 영어유치원의 교사들은 '열정'이 없어 보였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 아이를 잘 이끌어가겠다는 마음 같은 것들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기관에 가면 맨 먼저 아이들과 교사의 표정을 살핀다. 교사는 얼마나 열의가 있는가,아이들은 얼마나 즐거워하는가. 그런데 나는 영어유치원에서는교사들의 열의를 느낄 수 없었다. 아이들에게서는 아이들 특유의 장난스러움을 느낄 수 없었다.
심지어 둘러본 곳 중 가장 최악으로 기억되는 한영어유치원은,내가 원을 둘러보는 내내 대부분의 교사들이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약 5명의 교사들이 그랬다.)
이곳은 소위 탑연예인의 자녀가 다녀 유명해진 곳으로, 원비가 한 달에 200만 원 가까이 되는 곳이었다.
업무상 잠시 핸드폰을 보는 것이 아니었다. 그쯤은 나도 구분할 줄 안다. 아주 편한 자세로 의자에 기대어, 늘 그랬다는 듯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그 옆에서 아이들은 그림 같이 앉아서 무엇인가를 아주 열심히 읽고 쓰고 있었다. 아이들은 조용했고 움직임이 없었다.
나는 상담을 끝내고 나오며 깊은 한숨이 나왔다. 저곳에 한 달에 200만 원을 내고 앉아있을 아이들 생각에.
대부분의 일반유치원은 교사 1~2명이 학생 20명을 가르친다. 반면 영어유치원은 2명의 교사가 고작 12명 내외의 학생을 가르친다. 사실 나는 교사와 학생의 비율 측면도, 영어유치원을 고려한 이유 중 하나였다. 저 많은 아이들 틈에서 우리 아기가 선생님에게 관심을 받고 수업에 집중할 수 있을까.
그러나 정작 교사와 학생의 비율이 좋은 영어유치원에서는, 교사가 학생에게 집중하지 못하는 꼴이라니.
솔직히 말해서 내가 다녀온 일반유치원의 교사들은 모든 아이들을케어하기 벅차 보였다. 그러나 적어도 교사들은 최선을 다해 아이들에게 집중하고 있었다.그럼에도몇몇의 아이들은 교사의 눈에서 벗어나고자 엉덩이를 들썩이고 있었지만, 오히려 그 모습이자연스러워 보였다.
나는 내 아이가 앞으로새로운기관을 다니며, 그냥5살아이답게시끄럽게떠들며 지냈으면 좋겠다. 때로는선생님과 노래도 부르고, 만들기도 하고, 책도 읽고. 또 때로는 친구들과 싸우기도 하고 말썽도 피우며.나는결코고작 7살의 내 아이가 그림처럼 앉아혼자열심히 끄적이다 오지는않았으면 좋겠다.
일반유치원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데, 아이들의 얼굴이 참 즐거워 보였었다. 복도에 2~3명이 모여 앉아 장난감을 갖고 노는 모습도, 수업시간에 친구에게 장난을 치려고 틈을 엿보는 모습도, 마냥 아이다워 좋았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좋은 영어유치원을 찾고 있다고 말하지만, 아마도 일반유치원을 선택할 듯하다.(물론 일반유치원에 합격한다면.)